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노동이 중심에 선 적은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 소외’가 두드러진다. 20대 대선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3회에 걸쳐 대선을 바라보는 노동자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대선의 한복판에서도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과 여천NCC 같은 곳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사회적 합의이행을 요구하며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농성 중이다. 심지어는 선거운동에 참여한 버스기사와 운동원이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후보들과 가족의 비리를 둘러싼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천700만명 중 70%를 차지하는 노동자에 대한 정책이 없거나 반노동정책이 공공연하게 선전되는 현실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정책의 실패와 후퇴가 20대 대선에서 여권 후보의 소극성과 야권후보들의 반노동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과 ‘적정임금·공정수당’ 제도 도입 △‘노동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사고 예방, 재해보상 강화 △비정규 노동자의 대표성 강화, 초기업 교섭 활성화 △주 4.5일제 도입과 실노동시간 단축 △‘정의로운 전환’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포함하는 노동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발언을 통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유연 적용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경영권 보호를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같은 반노동정책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민주당 후보의 노동공약은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180석의 거대여당으로서 그동안 노동정책 후퇴를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공약 실현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노동공약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친기업공약에 불과하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방역수칙을 통해 확산을 방지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은 세계적 경제위기를 예고하고 있으며 부동산과 주식·가상화폐 등 수년간 형성된 자산거품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0%, 가처분소득의 200%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위기 폭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위기전가와 패권유지에 몰두하는 강대국의 대외정책은 우리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실과 다가오는 위기상황은 기존 체제의 수정·보완을 통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근본적인 체제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대 대선을 체제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 △노조할 권리, 교섭할 권리 보장 △일자리 국가책임의 강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중심 산업전환 △재벌체제 청산과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제기했다.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대변할 진보정치세력이 없으면 현실정치에서 노동배제·노동탄압정책이 주요한 흐름이 된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 또한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의회정치를 통해 원칙적 입장을 관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론에 휩쓸려 진보정치의 방향과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20대 대선에서 민주노총은 진보정치의 단결과 새로운 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지방선거)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고 공동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 공동선언’을 발표했으며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진행했다. 비록 후보단일화를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을 강화하고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단결과 공동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공통의 인식을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보수정치세력에 기대서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노동자의 투쟁을 기본으로 진보정치세력 강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체제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20대 대선에서 노동계급·진보정치의 독자적인 목소리와 지지기반을 넓히고 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실현해 진보정치의 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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