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노동이 중심에 선 적은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 소외’가 두드러진다. 20대 대선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3회에 걸쳐 대선을 바라보는 노동자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허권 한국노총 대선승리실천단장(상임부위원장)
▲ 허권 한국노총 대선승리실천단장(상임부위원장)

20대 대선이 눈앞이지만 여야 유력후보의 지지율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대선후보들은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만 봐도 경제민주화·노동존중사회 같은 노동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거대 여야의 입장에 따라 노동존중인지 노동개혁인지 논거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그대로 드러났는데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모든 이슈를 덮고 있다. 특히 포스트·위드 코로나19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 저출산, 사회양극화·불평등 문제 등이 대선에서 핵심 정책의제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구체화하고 있는 산업전환을 계기로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의 또한 현재까지 쟁점화하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필두로 한 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익과 부담을 분배해야 할지 등이 매우 중요한 화두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혹자는 부동산이 주요 이슈라 말하지만 이 역시 부동산정책보다는 ‘개발 게이트’라는 단면에 치중돼 있다.

안타까운 점은 노동계뿐만 아니라 복지·여성·통일 같은 다른 영역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선에서 정책대결이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노동 없는 대선이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각 정당에서 노동을 표라고 인식할 때 노동계가 제시하는 노동정책이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원내정당 소속 대선후보들의 노동정책을 평가하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과반을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공식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이후 한국노총과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일 ‘노동중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선승리’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3월9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국노총과 정책협의를 신속히 열어, 재임기간 동안 12대 정책협약 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12대 정책협약에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권리 보장 △헌법상 노동기본권 온전한 보장 및 초기업 단위 교섭 촉진, 단체협약 적용 확대 △노동자 경영참가 및 노동회의소 제도 도입 △노동 중심의 사회적 대화기구 운영 및 중층적 사회적 대화 활성화 △시간 주권 보장 및 실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해소 △최저임금 현실화 등 적정임금 보장 △고용안정 실현과 좋은 일자리 확대가 담겨있다.

한국노총은 ‘대선승리 실천단’을 구성해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기구에 합류하고, 조직적 역량을 총집중하기로 했다.

2022년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새 정부 출범까지 우리의 선택이 노동존중을 넘어 노동중심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받으며,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세상을 향한 도약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노총은 거대한 대선의 흐름에서 이재명 후보와 손을 맞잡고 대선승리로 가기 위한 담대한 시작을 알렸다. 이번 대선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투표할 때 노동중심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40만 한국노총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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