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2022년 산업안전감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맞춰 노동부의 현장 안전감독 지침을 변경하는 취지였다. 노동부의 계획은 크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고위험 사업장 특별관리 △사망사고 핵심 위험요인 집중감독 △본사·원청 중심 예방감독 강화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지원을 축으로 중대재해가 감소될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질 높은 감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대재해의 비중이 높은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제외와 적용유예하는 것이었다. 죽음까지도 차별을 조장하고, 중대재해를 근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였다. 정부와 국회는 보완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16조(정부의 사업주 등에 대한 지원 및 보고)에서 △중대재해의 종합적인 예방대책의 수립·시행과 발생원인 분석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술 지원 및 지도 △이 법의 목적을 위한 교육 및 홍보의 시행을 명시했다. 해당 조항 시행일인 2021년 1월26일부터 적용제외 되는 사업장까지 포괄하는 정부의 책무를 규율한 것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법이 제정됐지만, 지난해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의 80%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현재의 중재해처벌법에서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2022년 중대재해를 크게 감소시키기 위한 감독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당 사업장에 대한 계획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책무로서 종합적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수립·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중대재해의 원인과 대책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보고서를 수차례 공개를 하겠다고 하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도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중대재해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신청을 해도 반려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지원은 계획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다. 그만큼 안전보건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획이 부족하다. 이미 노동부는 지난해 8월29일 ‘안전보건 관리체계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가이드북은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발굴해 제거, 대체 및 통제 방안을 마련·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안전보건관체계를 구축·이행하기 위한 7가지 핵심요소별 실행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7가지 핵심 요소는 △경영자 리더십 △노동자의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개선이다. 이렇게 훌륭하게 정리한 내용이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해당 내용을 권고사항에 그치지 않고 사업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의지를 내야 한다. 7가지 핵심요소는 사업장 위험성 평가로 집약될 수 있다. 그리고 중대재해재처벌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서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로서 위험성 평가를 시행한 경우에는 사업주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해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대한 정도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장별로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에 그치거나 이조차도 시행하지 않는 사업장이 다수다. 오히려 사업장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가 사업주의 중대재해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노동부의 행정력 발동은 사업장 감독, 그중에서도 특별감독일 것이다.

기존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에서 ‘특별감독’은 안전·보건관리가 매우 불량하거나, 대형사고 발생 또는 중대재해 다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실시하도록 돼 있었다. 그래서 그 이전까지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 노동부는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또한 특별감독 이후에는 안전진단 혹은 보건진단명령까지 이어지면서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 전반을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근거로 올해 1월28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특별근로감독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1년에 3회 이상의 사망재해가 발생한 경우 △작업중지 등 명령위반으로 중대재해 등이 발생한 경우로만 한정했다. 이런 기준이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특별감독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노동부의 노골적인 표현이다. 노동부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행정력 발동인 감독대상을 축소하면서 과연 중대재해를 감소시킬 의지와 계획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년간 이 지면의 칼럼을 준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 배제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몸부림쳤다. 부족한 역량을 메우기 위해서 조언도 구하고, 자료를 찾고 검토하면서 주장의 논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글을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실제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현실을 바꿔 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어줍지 않은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제는 지면에서 제기했던 여러 과제들을 필자가 속한 금속노조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어떻게, 어떤 운동으로 만들어 갈지 더욱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당장 노동부가 깜깜이로 바꾼 특별근로감독 기준을 바꾸기 위한 것부터 함께 모색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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