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창원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1노1841 판결

1. 사건의 배경 및 재판 경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및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인 피고인들은 2020년 7월16일 거제시 소재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내에서 지회 조합원들의 성과급 요구 집회를 준비·진행하기 위해 대우조선에 출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피고인들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내 종사자가 아니고 집회내용도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며 출입불허를 통보했다.

대우조선의 출입불허에도 피고인들은 예정된 집회를 그대로 진행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옥포조선소 정문에서 대우조선측의 검문에 응하지 않은 채 진입했다. 이어 사업장 내 광장에서 예정돼 있던 중식시간 집회를 진행한 후 자진 퇴거했다. 한편 대우조선측은 집회 장소에서 피고인들에게 다시 한 번 퇴거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대우조선의 의사에 반해 옥포조선소에 무단진입했다며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사업장 내 조합활동과 집회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임은 인정하면서도, 원청인 대우조선의 명시적으로 불허했는데도 출입한 점에서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인들이 항소했고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사내하청 노조의 원청사업장 내 조합활동의 허용 범위 ② 비종사자인 산업별노조 간부의 조합활동을 위한 사업장 출입권 인정 범위가 문제였다. ③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사업주의 명시적 출입금지에도 조합활동을 위해 출입한 행위를 형법 20조 내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가에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대우조선 내 사내하청 조합원들의 집회 자체가 아닌, 비종사자인 산업별노조 간부들의 출입행위를 기소한 것이어서 ①부분은 구체적으로 판단되지는 않았다.

산업별노조는 전국 여러 사업장 조합원들이 동시에 조직돼 있는 특성상, 기업별노조와는 달리 특정 사업장 내에서 조합활동을 할 때 이를 지도·관리·통제해야 할 위원장이나 기타 임원 및 담당 간부들이 당해 사업장 소속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지역별로 조직된 지회나 법인분할 후 지회는 기존 하나의 지회로 유지하는 경우처럼 사업장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단위 지회의 대표자까지 해당 사업장 종사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만약 사업장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주가 산업별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 조합활동 자체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다.

이처럼 개별 사업장 소속이 아닌 산업별노조 간부들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을 위한 출입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기업 내 조합활동을 당해 조합원에만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의 취지에 반하므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긍정설과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다른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고 단결활동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는 부정설의 대립해 왔다. 그간 법원은 대체적으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한 비종사자인 산업별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은 허용돼야 한다는 긍정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은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간부들이 종사 사업장이 아닌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출입한 사례에서 “피고인들이 이러한 현장순회 과정에서 사용자측을 폭행·협박하거나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고, 근무 중인 근로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운 사실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조합활동으로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러한 활동으로 인해 유성기업측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동주거침입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0100 판결은 산업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의 간부가 종사 사업장이 아닌 인천성모병원에 출입해 유인물 배포 및 피켓시위를 한 사례에서 “산업별노조인 보건노조를 대표하는 간부들은 가입 사업장인 인천성모병원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을 대표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다”며 퇴거불응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인천지방법원 2017. 6. 16. 선고 2016노5020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유사쟁점의 가처분사건에서도 서울고등법원 2008. 2. 11. 선고 2007라397 결정은 해고가 확정돼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자들도 산업별노조 조합원 자격은 유지된다면서 사용자측의 출입금지 및 현수막 게시 금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울산지방법원은 비종사자인 산업별노조 간부들이 사업장 내 조합활동을 위한 출입 허용을 직접 구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들 간부들의 사업장 출입권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출입횟수만 월 8회로 허용하되, 그 이상의 경우에는 사용자측과 협의하라는 취지의 조정결정을 한 바도 있다.

나아가 지난해 개정 시행된 노조법(법률 제17864호, 2021. 1. 5. 일부개정)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추진에 따라 사업장 비종사자의 기업별노조 가입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면서, 법 5조2항에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의 원칙적 사업장 출입권을 법률에 명시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사내하청 노조의 원청사업장 내 집회가 원칙적으로 허용됨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기존 판례(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의 법리와 비종사자 조합원의 원칙적 사업장 출입권을 명시한 개정 노조법 5조2항의 취지를 종합해 피고인들의 집회를 위한 사업장 출입행위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위한 것으로 정당행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① 피고인들이 대우조선에 출입한 것은 하청조합원들의 상여금 300% 요구라는 근로조건 개선 목적의 집회를 위한 것이다.

② 피고인들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전략조직부장 및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으로 이 사건 집회를 주도하고 진행하기 위한 사업장 출입이 필요했다.

③ 집회장소인 민주광장은 사방이 트인 넓은 공간으로 사업장의 시설이나 보안에 대한 실질적 침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④ 집회가 13시15분에 끝나기는 했으나 주로 점심시간에 진행됐다.

⑤ 집회 과정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 협박 또는 물리력을 행사한 바는 없다.

⑥ 사업장 진입과정에서도 폭행 등의 물리력을 행사하며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

⑦ 정당한 조합활동인 이 사건 집회를 위한 사업장 출입행위 또한 정당행위로 보는 것이 사업장 비종사자인 조합원도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노조법 5조2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4. 평가

기존 유사쟁점 사례들은 산업별노조의 비종사자 간부들이 관행적으로 현장순회를 해 왔거나(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직원식당에서 캠페인 활동을 해 왔음에도(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0100 판결) 과거에는 사용자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던 점이 주요하게 고려되었다. 또 단체협약에서 조합원들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이나 홍보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010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2. 11.자 2007라397 결정).

반면 이 사건은 △대우조선과 사내하청지회 사이에 단체협약이나 비종사자 간부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있는 규정이나 관행이 따로 없었고(다만 정규직지회는 비종사자의 출입도 허용됐다.) △특히 사업주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출입금지를 통보했음에도 정당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와 산업별노조의 원청 사업장 내 조합활동권 및 이를 위한 원칙적 사업장 출입권을 분명히 확인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이러한 해석이 지난해 개정 시행된 노조법 5조2항(비종사자 조합원은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에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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