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까만색 롱패딩 차림 누나가 노란색 롱패딩 입은 엄마를 만나 와락 껴안고 인사했다. 딸의 휠체어를 밀던 엄마를 웃으며 반겼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한쪽에 섰던 수염 거친 아빠 얼굴에도 잠깐 웃음기 돌았다. 아버지 영정을 든 아들도 환한 얼굴로 모두와 인사했다.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은 길에서 친했다. 무참한 시간, 서로 곁을 지켜 준 사이다. 같이 아팠다. 길에 설 일이 여태 남아 한데 모여 피켓을 높이 든다. 벌을 선다. 거기 찾은 대선후보 동선 따라, 겹겹이 선 카메라 화각에 맞춰 부지런히 피켓을 움직였다. 더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고 병들고 다쳐선 안 된다는 말을 하느라 말없이 팔 들고 벌선다. 선거 나선 사람들은 한껏 자세 낮춰 사람들과 눈 맞췄다. 피켓에 적힌 내용을 살폈다. 생명안전 새긴 현수막 뒤로 손 모아 섰다. 카메라 앞에서 약속했다. 후보 이름 석 자를 판에 새겼다. 두 번째 생명안전 약속식이다. 되새겨 아픈 이름 적은 팻말 높이 들고 유가족은 오늘 또 벌선다. 기회가 닿아 후보와 가깝거든 한껏 자세 낮춰 호소한다. 기어코 울음 터져 꺽꺽댄다. 사람 몰린 소란통에 그 이름 석 자 혹시 안 전해질까, 팻말 가려 안 보일까 걱정 많은 사람들이 빈틈 찾아 발을 동동거렸다. 진상 규명이며 재발 방지, 언젠가 영정 앞에서 울며 다짐한 약속을 지키느라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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