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깜깜이 위촉계약을 빌미로 보험 수수료율과 환산월초를 일방적으로 깎아 노동자 반발을 산 한화생명이 14일 마침내 보험설계사들과 교섭한다.

10일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노조 한화생명지부와 지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지회, 그리고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14일께 사용자쪽과 임금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한다.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해 온 한화생명지부와 한화생명지부 단협을 승계했던 한화생명금융서비스지회와 달리 한화생명지회는 이번이 첫 교섭이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이 꾸린 한화생명지회는 지난해 출범 당시 한화생명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한화생명이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보험판매 조직을 분리해 법인보험대리점(GA)형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하면서 교섭 파트너가 바뀌었다. 한화생명지회는 단체교섭을 위해 설립 직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345일째다.

이번 교섭은 임금교섭이다. 단체교섭은 지난해 내내 요구했으나 사용자쪽이 응하지 않아 끝내 무산됐다. 임금교섭을 앞두고 한화생명쪽에서 한화생명지회의 천막농성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교섭 초기 논의는 임금보다 노조활동 인정에 관련한 기본협약 체결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이승현 노조 부위원장은 “사용자쪽이 교섭을 시작하게 됐으니 천막은 걷어 달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사용자쪽이 노조의 활동을 인정하고, 천막을 대신할 사무실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간 천막농성과 관련해 제기한 여러 소송도 철회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협약을 체결하면 이후 본격적인 임금교섭이 막을 올릴 전망이다. 교섭 내용은 보험설계사의 임금인 수수료를 사용자가 임의로 삭감하지 못하도록 논의구조를 갖추고,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서에 수수료율조차 명시하지 않았던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개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대개 보험사는 보험업법이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보험설계사 위촉계약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점을 악용해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회사가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삽입해 수수료율을 쥐락펴락해 왔다. 수수료율 협상이나 공개 요구에도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묵살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보험설계사와의 불공정 계약관행 갈등과 교섭 관련 잡음에도 지난해 1조2천4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해 무려 5배(496.2%) 증가한 규모다. 한화투자증권을 연결자회사로 편입한 효과다. 연결자회사는 자회사의 영업실적이 모회사 실적에 반영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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