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상사가 매일 사람을 무시하고 욕하면서 힘들고 더러운 일을 시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쓸모없는 XX’라고 욕하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죽어야 해결될까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2년7개월째지만 여전히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접수된 제보 184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8건(47.8%)이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라고 2일 밝혔다. 괴롭힘 유형(중복응답)은 부당지시(56.8%)가 가장 많았고 따돌림·차별(50%), 폭행·폭언(45.5%), 모욕·명예훼손(33%)이 뒤를 이었다. 괴롭힘을 호소한 피해자들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생각했다는 응답은 11.3%였다.

회사에 피해사실을 신고해도 대부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88명 중 27명(30.7%)이 회사에 신고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4건(88.9%)이었다. 신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았다는 응답자도 13건으로 48.1%나 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3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같이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도 안 된다.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됐을 때는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하는 다수 제보자들은 괴롭힘 행위 자체로 인한 고통보다 신고 이후 2차 가해와 신고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 탓에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며 “조직이 현행법에 명시된 기본 의무만이라도 이행한다면 비극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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