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러코스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같은 ‘노동 밖 노동자’ 또는 ‘제도 밖 노동자’가 744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비정규직과 5명 미만 사업장, 청소년·고령 노동자 945만명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내팽개쳐진 게 현실이다. “미래에서 배제된 오늘 여기 일하는 사람들” 1천689만명의 현실을 꾸준히 추적하고 대안을 내놓으려 한 연구자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언론에 써 온 글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롤러코스터·1만6천원·사진)를 펴낸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조각난 일터와 불평등한 노동’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디지털·플랫폼 시대 ‘약탈당하는’ 노동자들

노동 밖 노동자, 제도 밖 노동자의 얼굴은 다양하다. 저자는 상당부분을 다양한 고용형태와 노동조건 속에서 제도적 차별로 고통받는 노동자 현실에 할애한다.

언택트 시대라는 거창한 말 속에서 “추락하는” 플랫폼·프리랜서·IT 노동자 등의 모습을 소개한다. 디지털·플랫폼 산업은 갈수록 성장하는데 노동자는 사업자 계약을 맺으며 최소한의 권리와 보호도 받지 못한다. “아마존보다 더 약탈적 고용모델”인 배송·배달 서비스를 갖춘 쿠팡도 도마에 올랐다. 기술 발전은 메신저로 수시로 업무지시를 내리게 하면서 노동시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IT나 게임업계 노동자는 ‘크런치 모드’로 상징되는 살인적 노동조건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수습 또는 인턴과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가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열정페이’, 채용이나 고용을 조건으로 부당한 근무조건 강요, 정규직 전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일이 횡행한다. 현장실습제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고 다치고 죽어도 노동자가 아니란다.

이뿐인가.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프랜차이즈 노동자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서관 사서나 간호사라고 다르지 않다. 사서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초단시간 노동자도 상당하다. 코로나19를 최전선에서 마주하는 간호사는 주야간 교대제, 인력부족 속에서 “노동현장의 시간은 멈춰” 버렸다. 방송사 프리랜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보수를 받고 언제든 ‘잘린다’.

“낡은 노동법 떨치고, 일하는 시민법으로”

갈 길이 멀다. 감정노동,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제도적으로 주목받은 지 얼마 되지 못한다. 감정노동자 보호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마련됐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저자는 청년노동자 삶에도 천착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을 나와도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취업해도 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배제된 청년에게 평등한 노동시장 권리는 정책의 상상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대별 노조로 첫 인정을 받은 청년유니온 실험도 중요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마지막을 “가능한 변화들”에 주목한다. 제도 밖에서 고통받는 노동자 현실을 바꾸기 위한 ‘가능성’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최저임금을 두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한편 주 4일제를 포함한 노동시간단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서울시가 실험했던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와 유니온시티 모델은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낡은 노동법을 떨치고, 일하는 시민법을 만들자”고 강조한다. 이런 제도 밖 노동자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적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노동자의 시간은 흐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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