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날 추워도 해 드는 곳이면 살 만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늘 속에 가만 앉아 있는 게 뼛속 깊이 시린 일이라는 것 또한 잘 알아 누구나가 겨울이면 해바라기가 된다. 그러나 거기 빽빽하게 높은 빌딩숲 사이로 해 들 일이 적었다. 대개 사람들은 그늘에서 추웠다. 40제곱센티미터쯤 되는 은박돗자리에 앉아 핫팩을 비비고 손에 쥐고 몸에 품고 버틴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처럼 꼭 붙어 견딜 수도 없는 시절이다. 추운 날에도 택배 나르는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운 건 땀 때문이다. 겨울 산에 오르거나, 몸을 바삐 놀려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 가만히 있을 때가 모진 법이다. 파업 집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선 일인데 집회 두 시간여는 가만히 버티는 수밖에 없다. 마이크 잡은 노련한 사회자가 종종 몸 풀어 보기를 권해보지만, 한기 들어 삐걱거리는 몸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집, 따뜻한 집에 들어가 김 모락모락 오르는 밥과 국을 먹어야 했다. 과로 끝에 제삿밥을 먹는 일이 잦았으니 그걸 막자고 나선 일인데, 꼼수와 변칙과 모르쇠 탓에 순탄치가 않다. 파업을 하고 집회를 이어 가며 합의 이행 않는 회사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지만, 여전히 그늘 속이다. 온갖 스포트라이트와 밝은 햇볕은 요즘 선거 나선 사람의 몫이다. 명암 차가 크다.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제 흰 옷 입고 곡기를 끊는다. 거기 그늘 아래 천막집을 짓고 겨울바람을 겨우 피할 계획이다. 배달을 멈춘 택배 차량엔 지금 온갖 농성 물품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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