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두30270 판결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경영평가성과급 차등폭 강화 등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화하려는 정부 지침과 그에 반발해 공공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노동조합 차원의 경영평가성과급 균등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배경으로, 경영평가성과급 균등 재분배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가 직접 다뤄진 사안이다. 이 사건 피고보조참가인은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원고 국토정보공사로부터 ① 경영평가성과급의 재분배를 금지했음에도 조합 차원에서 2015년도 경영평가성과급 균등 재분배를 주도 및 실행하고(제1 징계사유), ② 성과급 재분배 개입 여부에 관해 원고가 실시한 특정감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했다(제2 징계사유)는 이유로 파면의 징계(이 사건 해고)를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에 대한 근로자측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했고, 원고는 그 취소를 구했다.

2. 쟁점 및 경과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공사는 업무상 지시 위반을 주장했고,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됐다. 첫째 사용자의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직무상 명령이 있었는지 여부, 둘째 설령 그와 같은 사용자의 금지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사적 재산권 영역에 귀속된 성과급을 자발적 동의에 기초해 재분배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노동조합 차원의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가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인지 여부였다.

1심과 원심은 1·2 징계사유가 모두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해고라고 보고,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 공사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서 성과급 지급에 관해 차등수준을 강화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생산성 향상과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그 제도적 정당성이 인정되며, 노동조합의 성과급 재분배 권유는 정당한 경영평가성과급 제도를 무력화하는 조직적 위법행위로서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요지였다.

3. 대법원 판단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관계 법령이나 원고의 정관 및 각종 내부규정의 해석상 원고의 근로자들에게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직무상 명령이 내려졌거나 이들이 경영평가성과급을 재분배해서는 안 된다는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제1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이유로 한 노조위원장 징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관계 법령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과 원고(국토정보공사)의 정관, 각종 내부 규정의 해석상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직무상 명령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근거로 삼은 정관이나 공공기관운영법의 해당 조항들은 공공기관이 예산과 회계 및 경영실적 평가에 관한 근거 규정일 뿐,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고, 이 사건 당시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도 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하라는 지침일 뿐 성과급 재분배를 금지하고 있지 않았다. 공사 내부규정상으로도 이를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었던데다, 과거에도 노동조합의 주도로 성과급 재분배가 이뤄졌으나 공사가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성과급 세부내역서를 제공해 성과급 재분배 행위를 지원했다.

둘째, 설령 그와 같은 사용자의 금지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지급됐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31831 판결 등 참조), 사용자는 적어도 소속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이후에는 사용자가 그 재분배를 금지할 수 없고,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이 당해 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도 할 수 없다.

셋째, 2015년도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가 실행될 당시인 2016년은 정부 지침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권고’에 따라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위한 일방 이사회 의결’을 둘러싸고 노사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노동조합 위원장이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한 것은 ‘공공부문의 성과형 임금체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자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항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제기 또는 항의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성과급 재분배 금지가 정당한 직무명령에 해당하고, 노동조합 위원장이 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한 것을 정당한 징계사유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는 징계사유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위법이 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봤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본 사안은 공공부문에서 논란이 돼 온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의 법적 성격과 정당성에 관해 대법원이 최초로 명시적인 판단을 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는 ‘조합원 개인의 사적 처분권 행사’이자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미가 크다.

먼저 대법원은 원심이 들고 있는 공공기관운영법상 예산·회계 조항이나 정부의 각종 예산지침, 경영평가성과급 제도 준수의 필요성만으로는 직접적으로 성과급 재분배 금지명령을 도출할 수 없다고 봤다. 비단 무리한 일방도입을 강행하다가 사상 유례없는 장기파업, 전국 동시다발 소송 등의 사회적 갈등을 치르고 백지화된 2016년 성과연봉제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정부의 제도가 항상 절대선은 아닐뿐더러, “정부의 공공기관에 관한 각종 예산 관련 지침들은 성질상 정부의 그 투자기관에 대한 내부적 감독작용에 해당하고 … 이는 사용자측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가 그 투자기관에 대해 내부적 지시로서 유도적 기준을 제시할 뿐”(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누9163판결, 헌법재판소 1993. 11. 25. 자 92헌마293 결정 등)인 점에서 정부 지침을 곧바로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노사관계에 편입되는 규범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미 지급된 성과급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사용자로서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의 재분배를 금지할 수 없고 소속 근로자들이 그러한 금지명령에 따를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균등분배는 개인별로 경영평가성과급 지급이 완료된 후 그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성과급을 출연,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개인에게 귀속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여서 국가나 사용자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에는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진 임금의 자유로운 처분에 관여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2017년 이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지침은 ‘지급받은 성과급을 다시 배분하는 행위’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행위’와 동일시해 각급 공공기관들이 환수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개념 정의상으로도 부당수령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이러한 지침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대법원은 노동조합 위원장이 경영평가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한 것은 ‘공공부문의 성과형 임금체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자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항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타당한지, 부서 단위로 조직적인 협업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에서 개인 단위로 측정 가능한 성과란 무엇인지, 수익적 가치 극대화보다는 형평성·공정성·책임성 등의 사회적 가치를 담보해야 하는 공공부문의 특성상 효율성과 경쟁에만 주안점을 둔 성과주의 강화가 과연 적합한지라는 질문은 비단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해외사례 연구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논쟁이 진행 중인 영역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무엇보다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이 자신의 임금체계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판결이 판시한 것처럼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제재로 대응하기보다는, 공공부문 성과형 임금체계라는 제도가 조직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고 공공부문의 본질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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