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985년 제정된 공인노무사법도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수술이 이뤄졌다. 이른바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모’ 사건을 거치면서 노무사의 윤리와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이 강화됐다. 지난해는 고용노동부 장관 권한이던 공인노무사 등록과 폐업 관련 업무를 한국공인노무사회로 이관하고, 징계 대상이 개업노무사에서 공인노무사 전체로 확대했다. 공인노무사회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공인노무사회는 이제 “취약계층 노사를 위해서라도 고용노동청의 고소사건 진술대리 사건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노무사가 법정에 서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당산동 공인노무사회관에서 19대 임원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회장으로 당선한 이황구(59·사진) 공인노무사를 만났다.

- 고용형태가 다변화하면서 전반적인 고용노동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노무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노동관계법이 정말 자주 바뀐다. 전문가인 노무사들도 헷갈릴 정도로 아주 복잡하게 바뀌고 있다. 고용형태도 다양해지고 노무사에게 요구하는 역할도 폭이 아주 넓어지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보자. 노동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재발방지 대안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업장 조직문화와 노동자 간 감정 영역까지 고려해 노무사가 사건 발생 원인을 진단하고 분석해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서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같은 사전 예방조치에 대해 사업장에 조언하고 해결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기본 업무인 노동분쟁의 사후적인 해결과 함께 각종 사고나 분쟁을 막는 사전적 예방을 위해 노동법을 뛰어넘는 영역에서 ‘전문가’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5명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한다면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 노무사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최근 5년간 우리 노무사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회원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나고 예산도 두 배가 늘었다. 현재 노무사회 회원은 4천294명이다. 개업회원이 3천133명을 차지한다.”

“비전문가가 노동문제 다루면, 피해는 노사가 본다”

- 노무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의 업역 갈등이 늘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 공인노무사법 27조1항 단서 삭제였다. 업역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와 그 해법이 궁금하다.
“노동법은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직원에게 임금을 줄 때 필수적으로 작성하는 서류다. 우리와 아주 친숙하다. 너무 친숙한 업무라서 그런지 일반인들은 그런 업무가 노무사 직역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더 정확하게는 공인노무사가 아닌 사람이 노무사 업무를 업으로 수행하면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동법에 정통하지 않은 비전문자격인이 노무사 직역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법정수당을 잘못 계산하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받을 수 있고 노동자는 잘못 계산된 임금을 다시 정산받기 위해 사업주와 다퉈야 한다. 그래서 자격 없는 자가 수행해서는 안 되는 노무사 직역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공인노무사법 27조1항은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의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인데 ‘다른 법률로 정한 경우에는 허용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단서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 노무사가 노동청 고소사건 진술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도 노무사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왜 노무사가 고소사건을 대리해야 하나.
“노동청은 노무사의 홈그라운드 같은 곳이다. 노동청에서 발생한 사건은 노무사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노무사는 노동청 신고사건에 대한 대리권만 있다. 노동청에 진정·고소·고발 사건이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신고사건이다. 다 노무사 직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고소·고발 사건은 형사소송절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제처에서 노무사 고소 대리권을 소극적으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법정다툼이 있다. 노동청 사건 고소장 작성 대행이 노무사 업무라고 판결한 사건인데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임금체불 사건은 대게 진정으로 시작돼 해결이 지체되면서 고소 사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 경위나 사실관계, 법리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는 담당 노무사가 배제된다면 절차 낭비, 시간·비용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노동청 사건에 더 전문적이고 상대적으로 수임비용이 낮은 노무사가 있는데도 고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어 고소사건을 포기하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너무 많다. 법을 바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선노무사제도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 못 해

- 산재 영역까지 국선노무사 제도를 확대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국선노무사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선노무사 제도는 취약계층 노동권익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지금의 국선노무사 제도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노동위원회에서 국선노무사의 권리구제율은 사선 대리인을 선임한 경우보다 상당히 낮다. 대지급금(옛 체당금) 조력제도는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어 국선노무사 조력건수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다.

국선노무사 제도가 현실적으로 취약계층을 조력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는지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나 기준도 지금처럼 월소득만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인데 국선제도 취지에 부합하려면 고령이나 청년·여성·외국인같이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국선대리인 처우도 현실화해야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내년 1월1일 새 집행부가 취임한다. 임기 동안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 집행부가 노무사회관을 매입하고 공인노무사법을 대폭 개정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많이 냈다. 그런 하드웨어가 잘 작동하려면 좋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또 노무사의 정치적 역량도 강화하고 싶다. 현재 노무사 출신 지방의원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계진출을 희망하는 노무사를 발굴하는 ‘정치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청년 노무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도록 적극 권하고, 장기적으로는 10년 안에 ‘339전략’(국회의원 3명, 단체장 3명, 광역의원 9명 배출)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황구 회장은

이황구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지정노무법인의 대표노무사를 맡고 있다. 한국공인노무사회에서 제도개선이사와 교육연수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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