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2일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거리 두기를 한 채 현수막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가 5천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이 지난 21일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한 ‘2021년 집회시위 상황 분석과 2022년 전망’을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회금지 통고는 4천985건으로 지난해 4천380건보다 605건 늘었다. 집회금지 통고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집회금지 통고가 각각 12건, 9건에 불과했다.

올해 개최된 집회는 7만9천407건으로 지난해 7만7천453건보다 증가했다. 반면 집회 참가 인원은 120만1천624명으로 지난해 172만9천354명에 비해 감소했다. 참가 인원별로는 10명 미만 집회가 62.7%, 10~99명 집회가 3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00명 이상 참가한 집회는 0.8%에 그쳤다. 지난 7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를 금지하는 등 참가 인원 제한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통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 준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집회금지를 통고하는 식으로 집회가 제한되고 있다.

7월3일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는 방역과 집회가 충돌한 대표적 사례다. 민주노총은 집회금지 통고에도 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서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관리청은 참가자 전원에게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확진자들의 감염경로가 노동자대회가 아닌 음식점으로 확인됐는데도 ‘민주노총 때리기’는 계속됐다.

공권력에 의한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를 감시·대응하는 인권단체 연대체인 ‘공권력감시대응팀’은 8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방역과 집회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는 집회를 금지할 게 아니라 집회를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합리적 이유 없이 신고한 집회를 금지한 것은 헌법 21조가 정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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