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 10. 14. 선고 2020구합84648 판결

1. 사건의 개요

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른 전액관리제 의무화

택시 운수노동자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수입의 일정액을 회사에 내는 사납금 제도는 장시간 택시노동을 조장하는 등 운수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는 병폐로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 이런 병폐에도 사납금 제도가 존속했던 이유는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도 규정됐던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의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9년 4월18자 전원합의체 판결1)을 통해 택시회사의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내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임금협약에 대해 무효라는 판단을 한 이후 택시업계 사납금제 폐지와 전액관리제 의무화에 대한 입법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국회는 2019년 8월28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2)을 통해 2020년 1월1일부터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의무화를 시행하게 됐다.

나. 택시업계, 변형된 사납금제 통해 탈법적 전액관리제 의무화 회피

전액관리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및 시행에도 대다수 택시회사에서는 형식적으로는 전액관리제 실시와 사납금제 폐지라는 외관을 갖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변형된 사납금제라 할 수 있는 성과급 산정을 위한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임금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도입해 전액관리제 의무화와 사납금제 폐지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다. 대상판결 사안의 사실관계

대상판결 사안의 택시회사도 단체협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금(470만6천원, 26일 만근기준)을 설정했다. 원고는 징계가 문제된 시기에 임금협정서상의 1일 소정근로시간 6시간40분을 넘는 1일 평균 9시간 이상의 택시운행 업무에 종사하면서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했으나 월 기준금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후 회사는 원고가 납부한 운송수입금이 월 기준금에 미달하자 단체협약이 정한 저성과자로 봐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승무정지의 징계를 했다.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 운송수입금 미달이라는 징계사유로 승무정지의 징계를 받은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3)와 중앙노동위원회4)에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노사의 협의로 체결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에서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 운송수입금 미납’을 징계사유로 인정했고, 그 기준금액도 과도하게 설정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 징계사유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봐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2. 대상판결의 쟁점과 요지

가. 쟁점

대상판결 사안은 택시 운수노동자가 소정근로시간 이상의 근로를 제공한 후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했으나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금에 미달하자 택시회사가 단체협약이 정한 징계사유로 봐 징계를 한 사안으로, 단체협약 등의 성과급 산정을 위한 기준금 미달시 징계사유 조항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1조1항 및 26조2항의 택시운송사업 전액관리제에 위배돼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나. 법원의 판단

대상판결 사안에서 법원은 우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1조1항 및 26조2항(이하 ‘현행법’)에 대해 1)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된 현행법에서는 단순히 사납금제 자체만을 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수종사자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킨 근본 원인인 ‘운송수입금 하락에 따른 위험의 전가’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려는 목적의 법률 개정으로 풀이되는 점, 2) 위와 같은 현행법의 연혁에 더해, 법 문언 규정에서 의무를 부과하고, 운송사업자뿐만 아니라 운수종사자가 자발적으로 기준액을 정해 납부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으며, 달리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현행법은 근로관계의 당사자인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그 적용을 회피할 수 없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운송사업자가 기준액 미납을 이유로 들어 운수종사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그 자체가 현행법이 방지하고자 한 ‘운송수입금 하락에 따른 위험의 전가’에 해당하고, 한편으로 현행법에서 불허하는 기준액 납입을 강제함으로써 불법을 종용하는 행위에도 해당하므로, 그 불이익의 종류를 불문하고 엄격히 금지된다고 봤다.

다만, 기준액 이상을 납입한 운수종사자에게 소정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정하는 것은 기본급여에 더해 추가 수입을 획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기준액 미납을 이유로 운수종사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기준액 미납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는 비위 행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재가 가능하다고 봤다.

위와 같은 판단 아래 원고에 대한 단체협약 등에 근거한 징계사유는 모두 회사에 기준액을 미납했다는 점이었고, 이 각 징계사유가 현행법에 반해 무효인 단체협약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징계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3.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2020년 1월1일자로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1조1항 및 26조2항의 택시운송사업 전액관리제 조항의 법적성질에 대해 입법연혁과 법문언의 체계 등을 고려해 강행규정에 해당함을 최초로 인정한 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5).

택시업계의 사납금 제도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등 택시 운수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는 병폐로 오랜 기간 지적돼 왔고,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도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정하고 있었으나 강행규정으로 해석되지 않았다. 강제할 처벌규정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비판에도 유지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택시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사납금 제도를 근절하고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국민에 대한 양질의 택시서비스 제공에 이바지하려는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전액관리제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인정한 판결은 더욱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택시업계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탈법적인 전액관리제 회피 시도나 최저임금법 적용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회피하려는 시도 등 현행법을 위반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대한 여러 원인을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관할 행정청이나 노동위원회 등의 소극적인 법해석과 적용이 원인 중에 하나였던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액관리제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본 대상판결을 계기로 택시업계에 만연한 변칙 사납금제가 근절되고, 전액관리제가 조속히 정착할 수 있도록 관계 행정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2)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6563호, 2019. 8. 28. 일부개정 / 2020. 1. 1. 시행

3)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020부해1013호

4) 중앙노동위원회 2020부해1082호

5) <매일노동뉴스> 2021. 11. 11.자 ‘변종 사납금제 운영 택시업계 관행 제동 걸리나’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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