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노동존중특별시’의 상징 사업이었던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취약노동계층 권익개선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차례에 걸쳐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갖는 의미를 되짚고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박현수 서울시민간위탁기관유니온 대의원
▲ 박현수 서울시민간위탁기관유니온 대의원

지난 9월1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위탁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향해 ‘특권’ ‘대못’이라는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그러고는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을 개악했다. 개악된 민간위탁 관리지침의 주요 내용은 ‘사업의 성격 등 불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건비의 비율이 50%가 넘지 않도록 노력’ ‘고용승계 제외’ 등이다. 사실상 사업비와 인건비를 연동해 놓는, 사업비를 줄이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9월16일 브리핑 때 이런 발언을 했다.

“원래 민간에 대한 보조금은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이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 지급되는 것이며, 민간위탁이란 원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나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인정될 때에 한해 시행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민간위탁 사업의 본질에 대해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말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 원래는 관이 해야 할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는 일인데, 전문성이 부족하니 민간의 전문성을 빌리는 것이 민간위탁 사업의 본질이다. 이것은 법에도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의 민간위탁·민관협치에서 도대체 관의 책임은 어디로 가 있는가. 돈도 서울시에서 주고 일도 서울시에서 시킨다. 그렇다면 책임도 서울시에서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이제 와서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다 쫓아내 버리겠다고 한다. 노동법은 돈도 주고 일도 시켰으면 자르는 것도 일 시키고 돈 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돈 주고 일 시켜 놓고 고용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간접고용’이라고 한다. 간접고용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노동문제로서, 이제는 상당수의 노동분쟁이나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비용 낭비를 증가시키는 제도로 지적받고 있다. 진짜 사장 서울시는 간접고용을 양산해 놓고서, 간접고용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다.

민간위탁·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박원순이 시장을 하든, 오세훈이 시장을 하든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묵묵히 일해 왔을 뿐이다. 민간위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안정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취지의 관리지침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오세훈 시장은 그 관리지침을 개악해 민간위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존엄을 짓밟고 해고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중앙정부 가이드라인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취지로 고용승계를 왜곡하고 악용하는 걸 보면, 낯이 뜨겁지 않을까?

이달 3일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간위탁·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오세훈표 반시민·반노동 예산삭감 반대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오세훈 시장이 선거 때 그렇게 호명했던 청년들과 여성들이 참석자의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오세훈 시장의 정치 공세와 해고 위협에 분노해 스스로 일어난 노동자들이다. 3년 또는 1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는 특권이 아니라 생존권이라고 외치러 나왔다. 서울시의회에게 반시민·반노동 예산을 저지하라고 촉구하러 나왔다. 민간위탁 예산삭감 반대에 수많은 시민들이 동참한 서명운동지를 가지고 나왔다. 오세훈 시장이 이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청년·여성·시민·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다. 누가 이들을 뭉치게 하고 연대하게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역시 오세훈 시장이다.

서울시 민간위탁·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오세훈 시장에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해고 위협과 개악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맞서 대응할 것이다. 싸우자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이건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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