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노동권실태조사팀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도 일을 시킬 수 있다. 나의 노동시간이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욕을 해도 정식 문제를 제기할 절차가 없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어?’란 질문이 나올 법한 노동환경을 가진 사업장은 바로 장애인노동자가 일하는 보호작업장이다. 장애인복지법 58조(장애인복지시설)에 따른 직업재활시설인 보호작업장은 일반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훈련과 보호라는 명목으로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직업훈련 꿈도 못 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로 구성된 장애인노동권실태조사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아름다운재단이 발표회를 지원했다.

실태조사팀은 이날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수도권·경남 지역에 있는 5개 보호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1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참여자는 발달장애 혹은 정신장애, 지적장애 등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는 23세부터 58세까지 다양했다.

조사에 따르면 연구참여자들은 10만원에서 9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이 중 하루 8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D(35세)의 경우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간40분까지 일했지만 ‘훈련비’는 10만원뿐이었다. 최저임금법 7조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작업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는 근로장애인이 아닌 훈련장애인으로 취급해 ‘소정의 훈련비’만 주면 된다.

보호사업장은 ‘직업훈련’이라는 시설목적에 부합하지도 못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근로장애인이 하는 훈련의 내용도 단순 직무를 중심으로 하기에 초기에 업무를 가르쳐 주는 정도”라며 “장애특성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또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노동시간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다”며 “어떤 이유로 전일 근무하거나 연장근무하는지 알지 못했고 동의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배제·분리하는 노동환경” 비판

실태조사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장애인에 대한 고용상 차별금지(10조),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근로조건에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사용자 의무(11조) 등은 어디에서나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보호작업장이나 자립작업장과 같은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할 만큼 수익을 올리기 어렵고 지원하는 비장애인 근무자들이 대부분 납품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저임금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사업장들은 실제 어느 정도 사업수익을 내고 있는지, 어느만큼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장애인을 배제·분리하는 노동환경이므로 폐쇄돼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보호작업장을 폐쇄하고, 장애인의 공개 노동시장 진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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