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노동존중특별시’의 상징 사업이었던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취약노동계층 권익개선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차례에 걸쳐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갖는 의미를 되짚고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박미영 구로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
▲ 박미영 구로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구로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첫걸음부터 표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취약노동자의 문제를 살펴 노동존중 사회의 희망터가 되겠다는 포부는 비단 구로센터만의 지향이 아니다. 2012년 성동·구로 등 4개 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광역 2개, 권역 4개, 자치구 17개로 확장한 노동센터는 노동자 권익 증진의 든든한 보루가 되고자 했고, 기대에 부응했다.

노동센터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취약노동자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하고 노동실태를 파악함으로써 취약계층 노동자 지원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감정노동자·이동노동자·필수노동자 등에 대한 조사연구는 조례 제정, 쉼터 조성 등 정책과 사업으로 반영돼 추진되고 있다. 2015년 이래 5년간 18개 센터에서 7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상담이 진행됐는데, 코로나19로 상담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상시상담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12.5%에 불과한 현실에서 각자도생하는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에게 노동센터는 조직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모임지원과 캠페인, 교육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지원하고 있다. 노동공제회를 통한 봉제노조 설립지원 등 노동자 이해 대변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별이 아닌 연대의 힘, 즉 어떤 형태로든 모여 도모함으로써 해결되기 때문이다. 상담 및 교육, 문화사업이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도록 후속과정을 기획하며, 노동자 스스로가 권리 행사의 주체로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안내한다.

노동센터는 지역의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마을공동체 같은 지역자원을 연계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력이 쌓이면서 협력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는 지역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노동문제가 지역과 함께 풀어야 하는 의제임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일수록 현장과 맞닿아 직접 호흡하며 맺어 온 관계망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기존의 노동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지면서 취약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변화하는 노동환경과 다양한 노동형태에 대응하는 사업이 요청되고 있다. 기후 위기 속 노동문제처럼 새로운 노동의제에 대한 고민도 센터 사업으로 풀어 내야 한다.

노동센터의 역할 강화가 필요한 시기, 지역차원의 노동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동센터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려면 불합리한 민간위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자치구에 따라 1년에서 3년까지 제각각인 위탁기간은 3년으로 동일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짧은 위탁기간은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행정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또한 취약노동자의 노동권익을 보호하는 일이 본업인 센터 종사 노동자가 막상 자신은 불안정한 고용조건에 놓여 있는 모순도 해소해야 한다. 고용안정은 전문성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업수행의 기본조건이 아니던가.

광역센터의 경우 중앙노동허브이자 자치구센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정립하고, 자치구 센터는 해당 지역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장밀착형 취약노동자 지원사업을 밀도 있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노동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노동센터를 재구조화하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 경우 사업의 자율성과 민관협치를 제대로 확보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노동센터의 확대와 역할 강화를 위해 분투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예산 대폭 삭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맞닥뜨렸다. ‘노동존중 서울특별시’를 향한 기간의 성과를 부정하는 철없는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 노동센터가 명실상부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터’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제대로 응답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