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박상진 변호사/공인노무사 (법무법인 우공)
▲ 박상진 변호사/공인노무사 (법무법인 우공)

1. 사건의 개요

원고 회사는 아파트 관리업 등을 행하는 주식회사이고 경비원 근로자 A는 원고회사와 계약기간을 2018년 8월14일~2018년 9월13일 및 2018년 9월14일~2018년 12월31일로 하는 근로계약을, 경비원 근로자 B는 2015년 1월10일부터 2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11차례에 걸쳐 체결하다가 2018년 10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근로계약을 마지막으로 체결했다. 원고 회사는 2018년 12월30일 근로자 A와 B에게 같은달 31일자로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에 따른 계약종료를 통지했다.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입주민들에 대한 불친절한 언행과 이로 인한 민원제기 등을 고려하면 원고 회사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갱신 거절은 정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항소심에서 근로자들(피고보조참가인)은 원고 회사의 근로계약 만료통지는 근로기준법 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 위반이라는 점을 새롭게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소는 기각됐다. 대법원 또한 올해 10월28일 같은 취지로 피고 중노위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하 ‘대상판결’)을 했다.

2. 대상판결의 쟁점 및 요지

가. 대상판결의 쟁점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27조 즉, 갱신 거절의 사유와 시기에 대한 서면통지 의무가 적용되는지 여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 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 만료와 동시에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고,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무효’가 된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 기간제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줘 크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춰 볼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까지 근로기준법 27조를 준수하도록 예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법률의 유추적용

근로기준법 27조 소정의 ‘해고’에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만료 후 갱신 거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해고’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서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에서 계약기간 도중 사용자의 일방적 계약해지’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 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법률의 유추적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하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춰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돼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참조)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쟁점은 결국 근로기준법 27조를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돼야 한다.

대상판결은 비록 ‘법률의 유추적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은 해고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근로기준법 27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양자의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아닌 ‘다름과 차이’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양자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존재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27조 및 그러한 규정의 유추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사료된다.

나. 대상판결의 부당성

1) 대상판결에는 비교대상을 잘못 설정한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즉, 대상판결은 ‘모든 기간제 근로계약에서의 기간만료에 따른 계약종료’를 ‘해고’의 비교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27조 적용 여부와 관련해 해고와의 비교대상은 ‘모든 기간제 근로계약’이 아니라 당연히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한정해야 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아예 갱신 거절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해고’와의 공통점이 없으므로 처음부터 논의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2)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범위를 좁히는 이상 대상판결의 결론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또한 사용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한다. 즉, 사용자가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경우에만” 갱신 거절의 효력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양자는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3) 대상판결은 ‘시용(試用)기간 만료 후 본채용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2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와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 거부’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은 정당성 요건 면에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전자의 정당성 요건은 ‘객관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후자의 정당성 요건은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경우’다. 해고의 ‘정당한 이유’보다는 다소 완화된 요건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매우 유사하다. 이는 ‘시용계약은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된 계약’이라는 점과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의 만료로 당연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다.

4) 근로기준법 27조의 입법 목적 및 취지와 관련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을 거부하는 경우보다 기간제 근로계약에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가 더 절실하다. 시용은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등 업무적격성’ 판단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시용의 성격상 본채용 거부 사유는 ‘업무적격성 부족’ 외에 다른 사유를 상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업무능력 부족 등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나 소속 부서의 폐지 등 경영상의 사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사유를 고지해 주지 않는 한 근로자는 어떠한 사유로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됐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

5) 한편 대상판결의 원심판결(항소심)은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 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용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기간만료로 인한 근로계약의 종료시 언제나 근로기준법 27조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성이 높아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률상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소송 등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법률의 일반성과 추상성을 고려해 볼 때 지극히 당연하고 불가피한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유추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유추적용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법률의 유추적용 여부는 어디까지나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 유무,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춰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

6) 이와같이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서의 갱신 거절’은 해고(특히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 거부)와 본질적으로 유사한데도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만으로 근로기준법 27조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서의 갱신 거절’에 근로기준법 27조를 유추적용하는 것은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춰 ‘유추적용이 정당한 경우’에 정확히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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