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공공운수노조가 ‘판을 뒤집자,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27일 총궐기대회를 연다. 서울시는 집회금지를 통고했지만 총궐기대회 당일 조합원 2만여명이 거리로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기획재정부 해체와 국가책임 강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등 생명·안전 강화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철폐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라는 4대 의제를 내세우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노조 사무실에서 총궐기대회를 준비 중인 현정희(54·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불평등 부추기는 기재부 해체하고 권한 축소해야”

- 왜 지금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나.
“코로나19로 불평등이 가속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 임기가 6개월 남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내년 대선후보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총궐기대회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 노조에서는 기재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왜 기재부를 해체해야 하나.
“코로나19 재난 시기에는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의료·돌봄·교통 등 필수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확대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 정부만 예산을 적게 지출했다. 그마저도 기업과 금융시장 부양에 집중했다. 노동자와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산만 사용했다. 이에 따라 불평등이 더욱 커졌다. 그 핵심 원인에 기재부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과도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 공공의료 확충도 시급한 문제다.
“전체 병원의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90%를 감당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더 이상 못 버티고 사직서를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간호인력 인권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만명이 참여하면서 청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당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간호인력 충원을 절박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을 만들지 않는다면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하고 적용대상 확대해야”

- 화물연대본부가 25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생명·안전 강화와 어떻게 연결되나.
“화물노동자들은 값비싼 화물자동차 값을 할부로 내면서 과적·과로·과속에 시달려야 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지난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교통사고가 줄었다. 화물노동자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만 결단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택배와 배달노동자에 대해서도 안전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 정부가 전라선에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투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철도노조가 25일 예정된 파업을 유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SRT를 통한 고속철도 분할 민영화를 시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속철도 통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전라선 SRT 투입을 시도했다. 수서행 KTX를 투입하면 많은 지역 주민들이 환승하지 않고 서울에 갈 수 있고 운임도 인하할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고속철도를 통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경쟁이 좋다는 논리 하나만으로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9월 서울교통공사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도시철도 재정위기와 구조조정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재정적자의 주된 원인은 공공서비스의무(PSO)에 따른 무임수송 손실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운송수입 감소와 겹치면서 올해 1조6천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법적으로 PSO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실패로 비정규직 늘어

-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성과를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1년 새 비정규직이 64만명 늘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민간부문에 ‘비정규직을 계속 써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 정부의 정책이 민간에 확대되기 위해서는 상시지속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했어야 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에 대해 소속기관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필요한 점은.
“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 파업하며 건강보험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했지만 소속기관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사용자는 건강보험공단이지만 조직은 분리된 것이다. 고객상담 업무의 공공성, 공단 업무와의 통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원 고용승계와 처우개선, 개인 인센티브제 폐지, 노동 강도 완화 등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

- 정부가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를 앞두고 있는데 정부는 고용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하고 그 일에 따라 직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직무교육부터 하겠다는 지원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대선후보들은 수백명씩 몰려다니는데, 노동자 집회만 금지”

- 서울시가 총궐기대회에 대해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노조는 안전하고 평화롭게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에 수차레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더니 충분한 거리를 두고 499명씩 신고한 집회마저 금지를 통고했다. 499명으로 집회 인원을 제한한 방역지침도 문제지만, 자의적으로 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과도하게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면 오히려 집회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예측불허 상태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유독 집회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야구장에는 2만7천명이 모였다. 대선후보들은 수백 명이 몰려다니면서 악수하고 포옹하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유독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서만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들이대는 것은 정치방역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유독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집회만 문제 삼고 있다. 노조와 노동자의 권리를 희생양 삼아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수급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방역을 무기로 한 새로운 계엄령,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기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계속 그렇게 지내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광장이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사회적으로 표출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회 제한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올해 들어서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집회 참가자 전원을 고발하겠다는 엄포가 나왔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고 차벽이 다시 등장했다.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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