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영호 건설노조 정책국장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기업들은 가치를 생산한다. 효율적으로 생산을 조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임무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명칭을 달고 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회사들도 있다. 특히 다단계 생산·유통 구조의 중간에서 이익만 챙기는 회사들이 있다.

건설기계를 이용한 생산이 이뤄지는 곳에는 ‘똥쟁이’라는 존재가 있다. 중기회사라는 명칭을 달고, 단지 전화기 한 대로 건설기계를 부르는 역할을 하는 회사. 건설기계 노동자가 노무를 제공해 임대료를 받으면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 이익을 챙기는 회사들이다. 건설현장에만 이러한 똥쟁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군산항만에는 목재·곡물·우드팰릿·원자재 등 수많은 수입물품이 들어온다. 이를 CJ대한통운 같은 하역회사들이 받고, 굴착기를 비롯한 건설기계 장비들을 이용해 하역작업을 수행한다. 하역한 물품들은 각 회사로 보내진다. 언뜻 보면 CJ대한통운 등 하역회사가 굴착기 같은 장비를 소유하고, 건설기계 조종사를 고용해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은 하역을 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는다.

굴착기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중간업자가 있다. 항운중기라는 회사는 굴착기 등 건설기계들을 지입받고, CJ대한통운 같은 하역회사의 지시에 의해 건설기계를 부르는 역할을 한다. 배차를 하고 건설기계 노동자들로부터 중간 수수료를 받는 똥쟁이 역할을 할 뿐이다.

똥쟁이 역할을 하는 항운중기는 어떠한 독립성도 없이 하역회사들의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역으로 최대한 똥을 떼기 위해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환경에서 마스크 한 장 주지 않으며, 하루 2시간씩만 잠을 자게 하며 6일씩 하역작업을 시키기도 했다. 제대로 된 계약서조차 없이 굴착기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며, 7%라고 명시된 수수료를 자기들 마음대로 10%를 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배차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흔들었다. 또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스스로 단결했다. 2019년 이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항만분회를 결성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했다. 낮은 임대료를 인상하라고 요구했으며, 새벽 3시30분까지 이어지는 ‘올나이트’ 작업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했다. 항만의 비산먼지로 굴착기에 불이 붙어 전소되자, 보상을 받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노조를 하는 과정에서 항운중기에 요구할 것은 많이 없었지만, 항운중기는 이들을 탄압했다. 야간작업이 위험하니 작업장에 조명을 달아 달라는 것, 비산먼지를 규제해 달라는 것, 임대료를 올려 달라는 것 모두 항운중기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일을 적게 주고, 배차에 불이익을 주는 탄압은 지속했다.

노조탄압의 끝은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 이정 분회장을 자르는 것이었다. 지난 7월 항운중기는 이정 분회장이 회사 경영에 손해를 주니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질적으로는 부당해고, 형식적으로는 계약해지를 단행하였다. 지난 4개월 동안 노조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군산시청·CJ대한통운 군산지사·지역 국회의원 등을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항운중기 문정만 사장이 너무 완강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회사, 전화기만 있으면 배차할 수 있는 회사. 지역의 주요 유관기관들이 항운중기의 눈치를 볼 이유가 뭐가 있나. 노조는 환경과 안전을 개선하려 한 이정 분회장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밉보였고, 항운중기는 노조탄압을 수행할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노조탄압 또한 똥쟁이 회사가 이윤을 얻는 방법이니까.

부당해고 4개월 동안 속 시원한 답변도 듣지 못하고 생계를 포기하며 투쟁하는 이정 분회장. 중간착취 똥쟁이가 아닌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부당해고를 철회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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