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된다. 기업은 재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해야 한다. 사업주가 의무를 다하지 못해 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현장 변화는 벌써 감지된다.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1호 사업장이 되지 않으려 안전·보건관리 인력 채용이 분주하다. 하지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면 재해예방은커녕 사업주의 형량 감경·처벌 면피용으로만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중대재해를 줄이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미영 매일노동뉴스 팀장 사회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과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정태교 금속노련 법규안전국장이 참여했다.

“안전보건관리체제, 사무실 벽에 붙은 그림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내도급사 안전기준 높아져”

사회 :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무엇인지를 두고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두 개념의 차이가 무엇인가.

최명선 :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말하는 안전보건관리체제는 고용관계를 기초로 해 기업 내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조직도와 같은 개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안전관리자·관리감독자 등의 역할·권한을 명시한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기업이 노동자 안전을 위해 경영·인력·예산을 포괄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업주가)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특수고용직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의 경우 사무실 벽에 붙여 놓은 그림표였다. 각각의 역할을 가진 사람들의 이름까지 써서 현장에 붙여 놓은 사업장도 있지만, 실제 안전보건관리자·안전관리책임자 등이 그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된 게 없었다. 결국 안전보건관리체제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나올 때 제출하는 서류 정도였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회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변화가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임재범 :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불만이 있다. 노동부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맨 앞장에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가이드라인만 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있는 상황이다.

정태교 : 얼마 전 여수 화학산업단지 안 사업장을 갔다.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여수 화학사업장 같은 경우 사내협력사나 외주 도급사가 들어올 때 산업안전 관련 교육이 굉장히 철저해졌다고 한다. 사내도급사에 안전을 강조하다 보니 몇 번 경고 후 출입금지 조치 등을 취해 갑질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고 한다. 결국 안전 관련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사내하도급·외주도급사에 조건만 강화하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 사업장 규모가 커 중대재해처벌법이 바로 적용되는 사업장의 경우 산업안전 인력을 확보해 준비하는 상황이다.

최명선 : 현대건설에서 안전관리자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현장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안전관리자 인원이 계속 늘어나는데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관리·통제 인원만 늘어나고 일하는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정태교 : 안타까운 것은 현장의 안전을 보강하는 쪽으로 자금이 가는 게 아니라 안전보건 컨설팅쪽으로 돈이 흘러간다. 유튜브에도 많다. 컨설팅 업체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설명하고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설명하면서 형량 감경 요소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안전을 위한 시설 확충, 교육, 인력 육성쪽이 아니라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재범 : 로펌에서도 안전보건 관련 퇴직자를 많이 영입하고 기업들을 상대로 앞으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며 컨설팅을 받게 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 수사권을 갖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산재예방이라는 법 취지와 상당히 어긋나는 움직임이다. 노조가 이런 흐름을 막아야 한다.

“안전 강화한다더니, 서류만 안전해져”
“원청, 하청·특고 안전관리도 책임져야”

사회 :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먼저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변화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조성애 :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이 만들어진 배경이 고 김용균 노동자였다.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부터 KTX 강릉선 탈선 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2018년 12월 백석역 사고부터 김용균 사고까지 3건 사고는 5일 사이에 발생했다.) 처음에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공공기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기획재정부다. 기재부가 공공안전정책팀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침 시행 후 지침에 따른 평가가 한 차례 있었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조합원들은 ‘똑같은 일을 여러 번 한다’는 말을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준비해야지, 안전관리 평가 준비해야지, 최근에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와 관련해 대진단 준비해야지…. 동일한 작업인데 이름을 달리 해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자를 늘려서 안전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 작업만 잔뜩 늘어나는 상황이다.

또 공공기관은 안전경영위원회를 두게 돼 있는데, 안전경영위 대표는 대표이사나 공장장이 아니다. 힘이 없는 안전담당 이사거나 생산이사가 함께 겸직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아주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갈음하는 형태로 가다 보니 달라진 게 없다.

사회 :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시행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최명선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조치는 하청이나 특수고용직에게 모두 적용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9호에는 사업주가 도급·용역·위탁을 줄 때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을 만들고 건설이나 조선 같은 경우는 공사·건조 기간에 대해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서 이행하는지 보라는 내용이 담겼다.

종사자 의견을 들으라는 내용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기존 의견수렴은 사업장 안에서 주로 근로자대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참여권과 알권리가 있는 것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사자 의견 수렴이라고 했으니, 이제 하청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와 절차를 만들라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종사자 의견수렴이 사업주에게 맡겨져 있어 형식적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7호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의견을 들어 재해예방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종사자 의견 수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논의하거나 심의·의결”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산업안전보건위는 사업장별로 운영되도록 돼 있어 개선의견이 나오면 이를 이행·반영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위가 잘 운영되는 사업장이 많지 않고 원·하청이 함께 산업안전보건위에 참여하는 경우는 건설업 외에는 없다.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 의견은 회사가 반영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명선 :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의견수렴 절차를 만들어 종사자 의견 이행 여부를 계속 피드백할지, 하지 않을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의견수렴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 현장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의견 주세요”라는 식의 ‘소원수리함’처럼 회사가 의견을 쭉 읽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다.

“노동자 참여 없으면 재해예방 안 돼”

사회 : 노조가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어떻게 개입하고 만들어 나가는지가 핵심적인 문제일 듯하다.

최명선 : 결국 재해를 예방하는 핵심은 노동자를 어떻게 참여시키느냐다. 노동자에게 활동시간과 권한을 주고, 그다음에 노동부가 통 크게 결단해 원·하청 고용구조로 얽혀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와 위험성평가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들어갔는데, 여지껏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대상 기업도 잘라 먹고,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사업장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태교 : 위험성 평가나 작업환경측정 등 노조가 적절한 개입 시기를 찾아야 한다. 교섭을 해 보면 회사는 경영권, 경영방침이라며 노조 개입을 차단하지만 안전부문은 확실히 다르다. 회사 안전담당자들은 노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유급시간을 보장하는 것도 노조가 할 수 있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조성애 : 노동부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활용하라고 하는데, 시간을 달라고 하면 타임오프를 우선 사용하고 없으면 노조가 사업주와 합의하라고 한다. 코딱지만 한 타임오프를 활용하라고 하면 회사도, 노조도 다른 이슈에 안전이 밀려 쓰기 어려운 사업장이 많다.

노동부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에는 “안전보건 활동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이 가이드북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데 참고할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 : 현재 산업안전보건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는 운영이 잘 되고 있는 편인가.

임재범 : 산업안전보건위의 경우 100명 이상 사업장에서 통상 운영하게 돼 있고, 위험업종의 경우 50명 이상 사업장이 운영하도록 돼 있다. 노조가 없거나 소규모 사업장인 경우 더욱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에게 위탁하는 경우는 산업안전보건위에 위탁기관이 참여해야 하는데, 안전·보건관리자가 맡는 사업장이 여러 개 있다 보니 산업안전보건위가 서류상으로 유명무실하게 존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조성애 : 산업안전보건위 운영이 안 되는 곳은 노사협의회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사협의회를 할 때 회의록을 두 개씩 쓴다. 노사협의회에 산업안전보건 관련한 안건을 올리고, 산업안전보건위를 했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위를 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는데도 “우리 해야 해요?” 하고 묻거나, “부서에 두 명 일하는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회사가 반대한다.

최명선 : 산업안전보건위가 법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과거에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06년 규제완화 조치로 폐지됐다.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 열심히 하는 노조들도 산업안전보건위를 하다 보면 지친다. 노사가 함께 이야기해 문제점을 찾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싸우고 회의록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남길지 말지를 두고 또 두 달 싸우고 다음해로 이야기를 넘기고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회사가 제대로 산업안전보건위에 임하지 않아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해도 감독하지 않고, 심의·의결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도 과태료도 안 매기는 경우도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자 참여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노조 참여를 전면 보장해야 재해예방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청 포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이대로면 어려워”

사회 : 하청을 포괄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중대재해처벌법에 담았는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태교 : 산업안전보건위 설치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손봐야 할 것이 많다. 노동조합이 있다고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반수노조여야 참여할 수 있다. 삼성그룹사 노조들은 만들어도 조직률이 높지 않아 산업안전보건위에 들어갈 수 없다. 참관도 할 수 없다. 노조가 생기면 한 명, 두 명이라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노조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시스템도 문제다. 원청 노사가 운영하는 산업안전보건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 하청노동자까지 포괄해 안전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국삼성전자노조 같은 경우 올해 2월 노조가 주관해 사업장 안전보건진단 결과를 냈다. 노조가 전혀 개입하지 못한 ISO보다 노사가 함께하는 진단보고서를 내고, 차라리 그것을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반영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ISO·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은 노조 참여도를 평가항목에 넣고 있는데도 회사는 안전진단을 하면서, 노조에 알리지도 않는다.

산업안전보건위의 근로자위원은 근로자대표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위촉돼 있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대표가 지명하는 1명 이상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근로자대표가 지명하는 9명 이내 사업장 노동자로 구성할 수 있다. 사업장 과반수노조인 경우는 그 노조를 근로자대표로 인정해 산업안전보건위에 참여할 수 있다.

조성애 : 공공기관 현장에 원·하청이 안전경영위원회를 하게 돼 있어 운영한다. 한 사업장의 하청이 40개씩 된다. 이 사람들을 모두 다 앉혀서 이야기하기 힘들다. 원·하청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발전소 같은 경우는 업무 영역별로, 구획을 나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했네” 하는 서류만 남고 효율성이 전혀 없는 채로 운영된다. 1차 하청과 2차 하청이 함께 이야기하면 2차 하청은 말도 못 한다.

최명선 : 하청이 참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현대제철 당진공장도 하청업체 명단을 보니 200여개가 된다. 많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건설업의 경우 하청업체 숫자도 많고 공정도 자꾸 바뀐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설업의 경우 사업체 40%에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가 구성됐다고 한다. 현장 업체가 많지만 주업체와 주직종이 있어서 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을 대표성 있게 뽑는 것이다.

그런데 원·하청 안전보건위는 건설업 말고는 없다. 공공기관도 원·하청근로자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위는 아니다.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만 서로 주고받고 심의·의결권은 산업안전보건위에 있으니, 산업안전보건위에 올려야 한다. 원·하청으로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해 운영·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해결 없이 재해예방 어려워”

사회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했더니 통제권만 강화된다는 진단을 앞서 했다. 앞으로 노조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임재범 : 원청 노조가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할 것 같다. 하청 노조는 조직률도 낮고 하니 원청 노조가 하청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조성애 : 노조가 하면 좋은데, 원청과 하청이 노조 상급단체가 다르거나, 산별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같은 산별이어도 조합원 마음이 다른 경우도 있다. 쉽지 않다. 또 원청노동자들은 대체로 관리자이기도 하다. 하청노동자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노조 생리상 조합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회적 파장이 크면 사장(대표이사)이 책임질 수 있지만 아닐 경우 실무자 선에서 책임을 진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지 누군가를 처벌할 것이냐는 그 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주 심각한 책임이나 권한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아야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경주에 지진이 났을 때 하청노동자들이 선로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지진이 나 열차가 연착됐는데 그 사실을 연락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로를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권한은 한국철도공사에 있다.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누군가의 처벌을 전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임재범 : 결국 위험작업 외주화를 폭넓게 금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돈이 적게 들어가고, 사고가 나도 하청에 책임을 지우는 구조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사회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꼼꼼히 따지며 하청을 주는 일이 더욱 부담되는 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조성애 : 결국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안착시키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재해가 발생할 때 인적요인을 먼저 찾기 시작하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과정까지 단계가 너무 많다. 재해가 발생하면 실무자나 현장소장이 구속·입건됐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 단계를 넘어 사장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안전보건교과서를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위험요인별 제거·대체, 통제 방안’이 담긴 역피라미드가 나온다. 먼저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공학적 통제, 행정적 교육,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인적요인으로 간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다. 사고가 나면 개인이 보호구를 사용했는지 같은 인적요인을 먼저 찾는다. 교과서에 나오듯 재해 원인을 찾아 위험요소를 먼저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

정태교 :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사업주 1호는 하청노동자 재해로 인한 원청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결국은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큰 문제다. 모든 사업장에서 주요 정보나 시설관리권은 원청이 갖는데, 위험한 일은 외주노동자가 해서 문제가 벌어진다. 원청이 계속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그널을 줘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법을 엄중하게 적용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

임재범 :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에는 산재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와 산업안전보건위 등 부족하지만 노동자가 안전보건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돼 있는 만큼 제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