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년 기간제 노동자의 연차휴가일수를 26일로 보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달리 11일이라고 판결했다. 비단 1년 계약직뿐만 아니라 1년 근무 후 이듬해 계속근로가 어려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정규직 노동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현장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판결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다.

법조문에 충실한 판결, 근기법을 바꿔야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우선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60조에서는 ‘연차 유급휴가’라는 제목으로 사용자에게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60조1항과 계속해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60조2항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60조1항의 유급휴가권은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이라는 조건을 채운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권리다.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이라는 조건의 달성 여부는 당연히 1년이 지난 다음날 확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권리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이 되지 않았거나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근로자들에게도 휴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60조2항이 존재한다.

근로기준법 60조2항의 휴가는 ‘해의 다음(=年次)’에 보장되는 유급휴가가 아니다. ‘월의 다음(=月次)’에 보장되는 유급휴가다. 그러므로 휴가권 부여의 원리와 성격이 다름에도 근로기준법 60조2항을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60조에 두는 것은 체계상 바르지 않다. 이 잘못된 체계가 연차유급휴가 제도와 수당청구권에 대한 오해를 가중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이 오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보인다.)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 전의 60조3항(2년간의 유급휴가일수를 15일로 정한 규정)은 월차유급휴가 사용을 이유로 연차유급휴가일수를 삭감하도록 한 것이었는데, 이 규정이 삭제되면서 노동부는 2018년 5월 배포한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서 “개정법 시행 이후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이 3년간 현장에서 유지됐다. 그런데 이 설명자료에서 인용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56 판결)는 “일단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후” 사용하지 못하면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했고, 연차유급휴가권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1년간’의 근로가 요건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 설명자료는 1년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만료가 곧 연차유급휴가권의 발생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위 판례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었던 근로자가 중도에 근로계약이 종료되면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하는 문제였고, 따라서 법상 연차유급휴가권 발생 조건이 갖춰진 상태였음을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밀하게 말했을 때, 현행법상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인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60조1항의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할 가능성이 없다. 근로기준법 60조2항의 월차유급휴가권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연차유급휴가권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후에 발생한다는 법원의 해석이 변경된 적도 없다. 연차수당청구권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은 주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들이 연차유급휴가권을 일단 취득한 후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게 됐을 때 문제들이었다.

연차유급휴가일수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비록 60조2항의 유급휴가권에 대한 설명에서 오해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60조1항의 연차유급휴가가 언제 발생하는 것인지를 기존의 판례들에 비해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보상적 성격임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조문에 충실한 법 해석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근로기준법상 휴가제도가 타당한지는 별개 문제다. 근로자의 휴가권을 근로자의 당연한 쉴 권리로 접근하지 않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에 대한 보상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바뀔 필요가 있다.

 

“연차수당 토해 내라” 전화받는 퇴직노동자들
이상혁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이상혁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이상혁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근로기준법 60조1항은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는 근로자가 1년간 계속 근로한 경우 개근 또는 9할 이상을 근무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연차휴가는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이고, 그 연차휴가수당도 개근 또는 9할 이상을 출근한 1년간의 근로를 마침으로써 확정되는 것이며(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다20494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4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1년간의 계속근로는 원칙적으로 그 근로자가 근로를 개시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10806 판결).

또한 대법원은 “유급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근로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일단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후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퇴직 등의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소멸한다 할지라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잔존하는 것이어서, 근로자는 근로관계 종료시까지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일수 전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49,48556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기존에 판례들과 동일하게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 또는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근로자가 전년도에 출근율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 연도가 아니라 그 전년도 1년간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근로기준법 60조1항을 “① 사용자는 1년간 ② 80퍼센트 이상 출근하고 ③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출근의무가 있는’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연차휴가의 요건을 추가해 사실상 1년간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부여할 연차휴가를 최대 26일에서 11일로 변경한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2018년 5월29일 시행된 근로기준법의 취지는 ① 1년 미만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연차휴가를 부여하기 위함인 점 ② 근로기준법 60조1항의 문언에 비춰 볼 때 “유급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근로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때 취득한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③ 연차휴가제도는 정신·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1년간 근로에 대한 보상적 성격도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마땅히 변경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이 나온 이후 일선 노동현장에서는 회사가 퇴직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지급했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와 법원의 조속하고 현명한 대응으로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이 하루빨리 정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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