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지 3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한국 정부 차원의 사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는 국가가 외면한 피해자들이 투쟁으로 얻어 낸 대법원 판결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30일 강제동원 피해자 이아무개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기업은 판결 3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재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손해배상 문제는 완료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뒤집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서울지법은 지난 6월7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한 추가 소송을 각하하면서 한일협정 때문에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맞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피고 전범기업의 소멸시효 주장을 인정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자성을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한국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내놨다. 이들은 “정부는 현금화 절차와 추가소송에서 송달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일본의 반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라”며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과 협의를 원하며 지금이라도 요청하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과거에 겪은 피해와 고통을 온전히 인정받고 배상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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