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변호사

대상판결 : 대법원 2020도3996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상고심 사건 판결

1. 사건의 경위

2017년 노동절 오후 2시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에서 800톤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던 중 32톤 지브형 타워크레인을 충격해 지브형 크레인의 메인지브와 와이어로프가 낙하하는 사고로 하청노동자 31명이 사상(사망 6명, 부상 25명)했다.

이 사건 사고에 대해 1심<각주1>은 삼성중공업 및 소속 조선소장 등 관리자들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각주2>은 위 1심 판결 중 조선소장을 비롯한 중간관리자에게 노동자들의 사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위 항소심에 대한 상고 사건이다. 항소심에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협력업체 대표 이○○과 조선소장 김○○(항소심 이후 사망) 및 검사가 상고했다. 피고인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유죄 부분에 대해, 검사는 안전조치의무 위반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한 것이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대상판결은 원심 판결 중 피고인 이○○과 피고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사실상<각주3> 검사의 상고를 전부 인정해 준 것이다.

나. 대상판결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돼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략)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했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했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이어 대상판결은 원심의 개별 안전규칙 위반 여부에 대한 5가지 판시 사항을 간략히 인용하고 그중 세 가지인 ① 크레인 간 중첩 작업시 작업계획서 미작성에 관한 부분 ② 크레인 간 중첩 작업시 충돌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정하지 않은 부분 ③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등으로 인한 낙하위험 구역에 대한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의 세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전략) 이러한 사업장의 특성을 토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구 시행규칙 및 개별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취지 등을 살펴보면, 사업주인 피고인 삼성중공업과 피고인 이○○에게는 해당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돼 있다고 해석된다”고 하며, 이어서 같은 취지로 재차 “(전략) 그렇다면 수범자인 사업주로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안전조치를 보강함으로써 크레인 간 충돌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혀 ‘크레인 간 충돌에 따른’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피고인들이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가. 대상판결은 1심과 원심이 인정하지 않았던 사업주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를 긍정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으며 따라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그런데 특히 대상판결의 1심 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해 구체적·실질적으로 지시·감독할 지위에 있지 않고 일반적·추상적으로 지시·감독할 지위와 책임만을 가진 자에게 공사상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도3295 판결 등)”거나 “산업안전보건법 66조의2, 23조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위 법 23조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해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 행위가 사업주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성립하고, 위 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의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 판결)”는 것이나, 유해 물질의 누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도급인 사업주인 삼성전자의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도11847 판결) 등 종래 견지하고 있었던 판시와 대상판결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문제다.

대상판결의 결론만 놓고 보면 위와 같은 종전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어려우며, 따라서 대법원이 학계의 다양한 비판<각주4>을 받아들여 태도를 변경한 것인지, 그렇다면 왜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을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 그러나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의 종전 판결과 병존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사건에 한해 몇 가지 특수한 조건하에서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직접적으로 긍정하는 취지의 판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라. 즉 대법원은 종래에도 “(추상적 지시·감독 책임자에게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법령이나 계약 등에 의해 그 시공 및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부여돼 있다거나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공 및 작업 등 업무와 관련해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2009. 5. 28. 선고 2008도 7030 판결 등)”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의 경우 이를 인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각주5> 사실상 위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은 위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면서 종전에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던 요소, 즉 사업장의 규모, 산업재해 발생 빈도 등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며, 특히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했던 경우는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은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유난히 ‘크레인 간 중첩작업’(약 9회), ‘크레인 충돌’(약 6회)라는 상황을 반복해서 설시하고 있으며, 주의의무의 내용 자체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라고 한정 지어 판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 결어

따라서 대상판결이 ‘사업주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의무를 요구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든지, ‘기존 판단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는 일부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의 의미를 찾자면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와 함께 특히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한 경우’ 구체적 주의의무를 해석상 직접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적어도 ‘동종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종전의 복잡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를 긍정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대체 ‘동종 산업재해’의 시간적·장소적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이 견지해 왔던 산업안전보건법의 해석과 관련한 문제는 정면으로 다루지 아니하면서도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구체적 주의의무를 직접 인정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있을 것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의 해석에 대한 여러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일회의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큰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주>
1) 창원지법 통영지원 2019. 5. 7. 선고 2017고단940, 재판장 유아람
2) 창원지법 2020. 2. 21. 선고 2019노941, 재판장 구민경, 판사 전보경·박성규
3) 피고인 김□□은 항소심 판결 후 사망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4)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 위반행위자의 규범적 의미’, 전형배, 노동법포럼 26호, 2019. 2. 등 참조
5) 인용하지 않은 이유로 혼선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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