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언젠가 동네 오락실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 했던 게임 중에 스트리트파이터라는 대전격투 게임이 유명했다. 틈틈이 실력을 쌓았더니 끝판을 깨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옆자리 앉아 대전을 신청한 사람과의 결투가 다만 쉽지 않았다. 컴퓨터야 그 패턴이 뻔했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주머니 속 마지막 100원이었으니 질 수 없는 승부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눈치게임이 치열했다. 뒤에서 지켜보며 바둑 훈수 두듯 참견하던 사람들도 숨죽였다. 필살의 일격이 먹혔고, 유 윈! 승리했다. 흰색 도복 차림 캐릭터가 당당한 자세로 기와지붕 위에 섰다. 머리에 묶은 붉은 띠가 바람에 휘날렸다. 짜릿했다. 요즘 넷플릭스 작품 중에 <오징어 게임>이 유명세를 탔다. 틈틈이 봤는데 훌쩍 끝편이다. 물러설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의 아귀다툼을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는데, 그 와중에 뻔하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삼게 된다. 추억의 게임을 보는 건 덤이었다. 인기 덕에 이런저런 패러디물이 많이 보인다. 노동조합총연맹이 총파업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었다. 노동조합을 만들면 처우를 개선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영상에서 물었다. 노조 만들기도 쉽지 않다는 답이 뒤따랐는데, 예상할 만한 것이었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해 트럭시위에 나서자 노동조합총연맹이 돕겠다며 노조 결성을 권유했다. 트럭시위 주최측은 우리는 노조가 아니라며 필요 없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영상은 흩어지면 죽는다는 노랫말에서 답을 찾는다. 머리띠 질끈 맨 사람들이 거리에 나설 준비를 한다. 총파업게임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결말이, 또 후속편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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