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산업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애써 채용한 기술인력을 재교육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연간 2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공계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술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인력이 줄어 산업경쟁력 강화에 장애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8일 ‘산업기술 인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수능시험 자연계 응시자가 95년 43%에서 올해 27%로 줄어드는 등 이공계대학 기피 현상이 심해져 장기적인 산업인력 양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경련은 산업현장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론 중심의 대학교육 때문에 인적 자원의 질적 수준이 떨어져 기업의 재교육비가 급증하고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2500명에게 3개월간 교육을 시키는 데 70억원을 들였고 SK텔레콤도 신입사원 3개월 평균 교육비가 1인당 1000만원에 달했다는 것.

전경련은 국내 기업들이 매년 채용하는 기술인력 7만명에게 이같은 교육비를 적용할 경우기업의 재교육비가 2조8000억원에 이르고 교육기간에 실무에 투입하지 못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국가적인 손실은 더욱 불어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이인렬 상무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44위로 말레이시아(32위)나 인도네시아(38위)보다도 열악한 수준”이라며 “양질의 기술인력을 양성하려면 대학교육 과정을 산업계 요구에 맞춰 개편하고 인력비용과 관련한 세액공제를 늘리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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