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산재판정에서 가장 주요한 사안은 뇌심장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로성 질병이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산재판정을 담당하는 기관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산재심사위원회·산재재심사위원회(이하 판정기관)는 매우 큰 오류를 초래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종합적 판정원칙이 무시되고, 예외적인 기준이 남용되고 있다.

산재보험법 37조는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라고 해, 업무와 재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라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조 5항은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시행령 34조에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이 마련돼 있고, 같은 조 2항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규정한다. 별표 3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으로 “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을 첫 번째로 명시한다. 별표 3의 “다목”에는 “가목 및 나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2020-155호, 이하 뇌심 고시라 함)이 제정·적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업무와 재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판정할 때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시행령이라는 예시적 기준으로 마련된 고용노동부 고시 또한 당연히 뇌심질환 산재판정에 있어 ‘예시적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뇌심 고시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행정 내부적으로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에 불과해서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참조). 결국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고시와 공단 지침을 기반으로 판정하는 자체가 산재보험법의 해석과 기준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또한 판정기관들은 뇌심 고시를 해석·적용할 때 큰 오류를 보이고 있다. 뇌심 고시는 만성적 과로에 대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해 판단하되, 업무시간과 작업 조건에 따른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해자의 노동조건에 있어 양적 요소뿐만 아니라 질적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며, 업무시간은 판단 요소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주일 근무시간이) 60시간에 미달하는 경우, 52시간을 초과하지만 가중요인이 없는 경우,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지만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일부 질병판정위 판정서상 “만성과로의 경우 과로기준 시간을 3단계로 세분화하고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신설했다”고 제시하면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만성과로의 3단계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합적 판정 원칙과 기준에도 미달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정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판정기관에서 이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단 지사에서도 고시와 지침의 기계적 적용을 통해 거의 업무시간에 한정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가중요인을 주장하더라도 인정하는 것에 소극적이고,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비중이 적어 업무 환경상 가중요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특히 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 조사에 소극적이다. 즉 공단 지침(2021-03호) 별표 2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를 구체적인 조사로 서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21년도 개정 지침상 도입된 별표 4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유형별 판정위원회 인정사례”는 10개에 불과해 판정에 활용할 여지가 없다. 실무상 질병판정위 심의안, 사건개요서 등에 가중요인은 단순한 표상 체크되므로, 이를 심도 있게 판단할 수도 없다. 특히 판정기관들이 업무시간에 미달하는 경우 가중요인에 대한 판단 자체를 생략하는 것도 문제다.

판정기관과 참여 위원들의 자질과 능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올바른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시행령 별표 3 “나”항을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개정해야 한다. 고시와 지침에도 “만성과로 기준으로 제시된 업무시간 3단계 요건만으로 불승인할 수 없다”고 규정해야 한다. 세세히 원칙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신화와 믿음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