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택지개발 업체에서 6년여 일했던 한 ‘말단 직원’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놀랐다. 국회에서 일하는 그의 아비는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서둘러 대응한다. 화살 돌려 다툰다. 그 당당한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얼굴에 두툼한 철판과, 자연스런 연기력은 그곳 일부 무리의 필수 자격 요건이라는 농담이 오래도록 흥했다. 선거철 표 앞에 허리 굽던 정치인의 변신은, 인류 진화 과정을 그린 표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공약은 물 빠져 흐릿해 갔다. 변명이 또렷했다. 억 소리 나는 특혜 의혹이 가을 하늘 뭉게구름처럼 높은데, 악 소리도 못 내고 일터에서 잘린 사람들이 차린 농성장이 하염없이 낡아 간다. 햇볕과 비와 바람에 물 빠지고 삭아 서걱거리던 현수막은 기어코 찢어져 너덜너덜하다. 무대의 가림막이 찢어지고 비로소 저기 둥그런 지붕 민의의 전당이 훤히 보인다. 가을, 국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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