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한다.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소속·산하·유관기관은 5일부터 예정돼 있다. 내년에 예정된 20대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 마지막 국감인 만큼 철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노사 단체와 시민단체가 이번 국감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선국면? 규명하고 감시할 게 널렸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국감을 앞둔 국회의 풍경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20대 대선국면에서 치러지는 터라 대선 이슈로 국감이 묻혀 버리진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은 어느 때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구조조정과 폐업으로 직장을 잃거나 무급휴직으로 생계의 절박함에 절규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은 취약계층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데 정부는 3개월, 1개월 찔끔찔끔 연장한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역시 여전하다. 사측은 노조설립과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어용노조를 만들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를 통한 노조탄압과 ㈜하림의 부당노동행위 지배개입이 대표적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국감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철저히 규명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에 관한 정부의 무책임하고 미온적인 태도에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대상과 의제가 확대됐고, 다양한 의제·업종·계층별 위원회가 생겨 나면서 다양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에서 멈췄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나 근로자대표제도 등 각종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뢰와 실효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결국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합의내용과 다르게 이행되거나 이행수준이 낮아 점검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미이행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1만원 미달, 민간부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지체, 중층적 사회적 대화 법 규정 미비, 노동존중사회기본계획 미수립, 근속 1년 미만 노동자 퇴직연금 미적용 등. 노동존중 사회를 건설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수많은 과제들은 지금 어디에 표류하고 있는지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올해 국감이 대선 국면을 틈타 ‘부실 국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노동자와 국민의 삶의 무게를 가중시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감현장에 이목을 집중해 정치를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국민을 두려워한다. 그래야 노동자와 국민의 삶이 바뀐다.

기업국감 아닌 정책국감을 기대한다
김영완 한국경총 기획의정실장
 

▲ 김영완 한국경총 기획의정실장
▲ 김영완 한국경총 기획의정실장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모든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국정운영 전반을 점검하고 올바른 정부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경영계 또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해법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최근 수년의 경험에 비춰 보면 이러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감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책국감이 아닌 기업국감이 돼 버렸다. 어떤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의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되는지가 국가기관의 정책보다 더 큰 이슈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국정을 감사하는 데 필요하다면 기업인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참고 진술이 필요하더라도 보조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정감사를 즈음해, 노사 간 교섭 대신 국회에 달려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유행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다. 노사 간 교섭사안마저도 국회에서 노동계의 주장만을 옹호해 버리면 노사자율은 도무지 이뤄질 수가 없다. 올해는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소환되고 몰아세우기식 질의를 걱정하는 장면이 아닌, 정부 정책을 되짚어 보고 고민의 기회를 갖는 진정한 의미의 국정감사를 기대해 본다.

위기를 대비하는 국정감사가 돼야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는 노동정책과 제도의 한계를 노출했다. 비정규 노동자는 가장 먼저 현장에서 밀려났고, 고용이 줄어든 현장에서 5명 미만 사업장 등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최대 산재사망 피해자가 됐다. 법정노동시간은 정비했지만, 노동자가 결정권을 갖지 못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확대됐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늘었지만 플랫폼 노동을 이용하는 사용자 책임은 규정되지 않고 있다. 거리 두기 지침으로 노동자 집회는 줄었지만 부당노동행위와 복수노조제도를 앞세운 노조 교섭권 침해와 탄압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일부 개선 조짐을 보였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는 비정규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이 정규직 노동자의 51%에 머문 채 정체했다. 불법파견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 현장은 늘었고, 정규직 전환지침이 미치지 않는 현장에선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공부문 노동자가 임금하락과 차별적 처우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노출되거나 증폭된 노동자 피해가 그대론데 디지털 중심 경제전환, 기후위기에 대응한 산업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장마로 침수된 현장에 태풍이 밀려오는 형국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대선을 앞둔 정치 셈이 아닌 위기 대응이 먼저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전체 사업장 60%에 달하는 노동법 사각지대, 5명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간접고용·기간제·불법파견 등 비정규 노동자 노동권 실태 △노동법을 형해화하는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위반 실태 △현장 변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노조 등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상황마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노동자와 현장을 살펴야 한다. 장기간 반복해 언론의 눈길도 뜸해서 제도와 행정이 더 절실한 현장을 주목하는 국정감사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뭉갠 3가지 약속, 따져라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감사
 

▲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감사
▲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감사

다음 질문에 답을 듣는 국감이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던 노동공약 중 아직도 실현되지 않는 공약과 산적한 노동과제에 대한 질문과 질책이 필요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대한 질책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자체도 미흡한 법이지만, 시행령 제정안은 법제정 취지를 더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진짜 책임자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는 법이다. 한국 사회 재해 예방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의미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낸 의견서를 반영해서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포괄임금제 규제지침은 왜 뭉개는가.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포괄임금제 규제지침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2017년 10월이 예정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침은 발표되지 않았다. 임기 말까지 뭉개는 것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수당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무임금 노동을 촉진한다. 규제지침 발표를 더 미룰 이유는 없다.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권고는 잊었나.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8년 법제처에서 5명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선도하는 고용노동행정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용해야 한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이 말인즉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 없었다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포괄임금제 규제,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그리고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미이행 노동공약에 대해 따지고 이행을 촉구하는 국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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