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소연 공공운수노조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직분회장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정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 코로나19로 지급하는 지원금도 이번이 벌써 5회차다. 어려운 시기, 국민을 위한 고민의 결과이며 많은 이들에게 간절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번 5차 상생 국민지원금만 해도 너무 번거롭다. 6월 기준의 거주지, 건강보험료, 가구 구성을 포함해 신청 전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카드사에서 간단한 조회만으로 대상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조건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지원금 대상자는 아니라고 수신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에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사람은 별로 없다. 어디에든 물어 보고 대답을 듣고자 한다.

이번 국민지원금과 관련해 보험료 문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급기준은 보건복지부, 지급이나 일반 문의는 행정안전부 전담 콜센터(1533-2021)에서 맡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민원안내콜센터 국민콜 110’에서 안내가 가능하다고 정부는 광고하고 있다. 이중 어느 곳 하나 쉽게 연결되는 곳은 없다.

8월17일자 <매일노동뉴스>에 국민콜 110 상담사들의 재난지원금 안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성과평가 중지를 요구하는 인터뷰를 했다. 기사가 보도된 날 오후가 되자 정부합동민원센터장님이 권익위 위원장님의 강력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부담이 없도록 추가인력 확보 등의 조치와 함께 건강에 이상이 없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행안부와 권익위에서 전담반을 따로 설치해 대략 140명 정도가 신설동과 문래동에서 근무를 한다고 했다.

약 4개월 근무를 위해 그들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 있는 안내를 할 수 있을지 기우가 앞섰다. 그래도 110 상담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낫겠지.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업무를 하면서 음성불안 산재판정을 받은 상담사만 2명, 그 외에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을 뿐 모두가 아직도 후유증에 고생을 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력 콜센터에서도 국민지원금 상담을 맡게 됐다는 기사를 봤다. 상상치 못했던 흐름에 황당했지만 그래도 110에서 안내를 도맡지는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 주 주말근무 콜의 70% 이상을 국민지원금이 차지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신청기간이 아니라고 하면 바로 전화를 종료할 수 있었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콜수가 많다며 불안해하는 상담사가 늘었다.

9월6일. 행안부 전담콜센터(1533-2021)는 어지간하면 연결되지 않았다. 110도 유명무실한 번호였다. 일반안내를 해야 하는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해야 했다. 민원인은 ARS 멘트를 다 듣고 연결됐는데 왜 답을 주지 못하느냐며 전담콜센터 연결을 해 주거나 답을 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답을 들을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겠다는 억지성 민원도 적지 않았다. “왜 거기 앉아 있느냐. 그냥 다 없애라”라는 소리도 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10번에서 알려 준다고 답변받았다며 본인의 보험료에 기준한 대상자 조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무런 조회 권한이 없으니 다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를 안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민원인은 “내가 팽이도 아닌데 이것들이 빙빙 돌린다”며 화를 냈다. 전담콜센터 연결 불가로 욕을 먹고, 업무를 모른다며 또 욕을 먹고. 소위 말하는 ‘욕받이’가 됐다.

건보고객센터는 79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받아 읽을 시간은 20분만 받았다고 한다. 충원 예정이었던 140명은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지사로 방문하는 민원인들을 위해 지사로 배치했다.

행안부 전담부서에서 “이의신청은 보건복지부에 하라”며 연결해 주는 바람에 보건복지부 상담사들도 하루에도 몇십번씩 욕을 먹는다고 한다.

엉뚱하게 불똥이 튄 한전 고객센터는 QA평가 관리자 40명이 지원금 전담콜을 커버한다. 지원금 업무를 하는 동안 QA평가를 하지 않는다. QA평가 유예를 마치 복지 차원인 것처럼 말한다.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얼마를 줘야 하는지만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떻게 지급해야 국민들이 손쉽게 받을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통화품질 평가를 신경쓰기보다 정확한 안내를 할 수 있는 자료와 충분한 통화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정해진 콜수를 채우기 위해 전화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통화를 받더라도 국민들에게 도움 되는 상담을 한다면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적어도 다음 지원금을 걱정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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