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로 국회의사당 앞 횡단보도를 오체투지로 지나가고 있다. <정의당TV 갈무리>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배를 땅에 대고 팔다리를 앞뒤로 편다. 일어나서 네다섯 걸음을 걷고 다시 절을 한다. 온몸을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부터 차별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서울유엔인권사무소, 김용균재단 등을 거쳐 이렇게 30킬로미터를 이동해 지난 10일 국회에 도착했다.

국회는 외면했다. 이달 8일 국민동의청원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차별금지법 심사를 미뤘다. 지난 6월15일 국민 10만명이 동의한 국민동의청원으로 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회부일부터 90일 뒤인 이달 11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국회는 1회에 한해 심사기한을 6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했다. 법은 기약 없이 계류될 수 있다.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청원으로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 의결로 심사기간 추가 연장을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어서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꾸준히 발의됐지만 모두 논의 없이 폐기됐다. 종교계와 재계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건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21대 국회도 이전과 같이 법을 외면할까.

최초 발의부터 15년
다시 한번 사회적 시선 모인 차별금지법

2007년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입법예고했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 실현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기독교계와 재계는 반발했다. 기독교계는 동성애 허용법안이라고, 재계는 병력과 학력 차별 금지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는 이어졌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18대·19대 국회에서 노회찬·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이 법안을 발의하려 했지만 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무관심은 이어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하루 뒤 인권위도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표명을 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올해 3월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부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아제약에서 여성 면접자에게 “병역 이행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에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성차별 면접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시작됐고, 차별금지법은 국민동의청원으로 법사위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이 각각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들은 모든 차별의 금지가 핵심 내용이다. 성별·장애·나이·학력·고용형태·성적지향·종교 등 20여가지 요건에서 차별을 금지했다. 법안은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을 금지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본다. 법안에 따르면 근로계약과 상관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나 노무수령자에게 대가를 받으면 모두 근로자다.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도 차별로 포함하고 악의적 차별로 밝혀질 경우 최대 손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더라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간접차별로 명시해 기준의 공정성을 고려하도록 했다.

“국회는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장혜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지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허위사실과 오해는 회피하고 있다”며 “법사위가 차별금지법 심의를 시작하고 공청회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공동대표는 “국회가 심도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심사기한 연장을 통지했다”며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지 1년2개월이 지났지만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았는데, 회의 날짜는 잡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일부터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온라인 농성장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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