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농협중앙회와 알리안츠제일생명에서 사내부부 중 아내들이 집중적으로 명예퇴직 당한 사안은 1심에서 원고인 여직원들이 패소했고, 현재 2심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판결은 앞으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 근로자들에게 큰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정 변호사는 “가부장적 통념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사내부부 중 여성이주로 사직서를 제출하리라는 점을 알면서 이런 기준을 마련하였으므로 이는 여성해고를 목적으로 한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노동부가 성차별적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98년 10월 “사내부부, 맞벌이 부부 중 1인 등의 기준을 명시적이나 암묵적으로 제시하지 않도록” 한 지침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이변호사는 법원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성들이 해고 1순위가 되는 현실에 대해침묵하고, 사직서 제출 여부만을 기준으로 매우 형식적인 판결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차별적인 구조조정을 합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700여명이 그런 식으로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신문보도를 보며 충격을 느꼈다”는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농협을 상대로 한 2심에서 증언을 맡기도 했다. 그가 만난 피해자들은 “자발적이고 강제도 없고 권유했을 뿐”이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총이나 칼을 들이대는 것만 강제냐”며 “나 때문에 남편이 잘린다면 주변이나 시집 식구들의 눈이 어떻겠느냐”며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부부 한쪽이 농협 외 직장에 다니는 훨씬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는 퇴직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은 `사내부부가 상대적 생활안정자라서 퇴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라는 농협의 주장이 허구이며, 한 사람 특히 아내의 퇴직을 강요하고 한쪽이 직장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퇴직 후 어떤 법적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원천적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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