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정기훈 기자>

직원의 징계 절차 과정 전부를 회사 내 게시판에 공고한 것은 해당 노동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 공고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담당 직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B씨가 근무 중 관리소장과 마찰을 빚자 징계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상부에 보고했고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A씨는 그해 7월 인사위원회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B씨에게 발송한 뒤 관리소장에게 게시를 지시했다. 관리소장은 회사 직원 40여명이 볼 수 있도록 방재실과 기계실·관리사무실 게시판에 문서를 게시했다.

B씨는 명예가 훼손됐다며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관리소장과 공모해 B씨에 대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문서 게시 행위는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해 명예훼손죄를 성립하고,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문서 내용이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1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징계에 회부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A씨는 회사에서 징계 회부 절차를 담당한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문서에 적시된 내용에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징계 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징계 혐의 사실은 징계 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 절차에 회부됐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문서에는 징계 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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