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근로감독관(labour inspector)이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노동기준감독관(labour standards inspector)이라 한다. 같은 제도 같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역할과 기능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감독관 직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노동기준감독관은 노동기준 관계법령, 한국의 법률 용어로는 근로기준 관계법령에 관련된 사안에 집중한다. 노동기준법·최저임금법·노동안전위생법 등이다. 이들 법령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으로 모든 노동자에 적용된다.

반면에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감독관은 개별적 근로기준관계 업무는 물론이거니와 집단적 노사관계와 노동조합 업무까지 맡고 있다. ‘노동기준’ 확립에 집중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의 근로감독관들은 노동조합 관리와 노사관계 개입, 그리고 동향 수집까지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밖에 노동관계법령의 운영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시하는 업무”가 우리나라 근로감독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근로감독 제도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또한 그 해결책은 누구나 입만 열면 근로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관료주의적 처방으로 귀결된다.

근로감독 제도에서 한국과 일본의 또 다른 차이점은 감독관 선발 방법이다. 한국은 근로감독관 채용이 일반 공무원 채용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일본은 노동기준감독관 채용 과정이 따로 존재한다. 국가공무원 중에서 근로감독관을 뽑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노동기준감독관을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을 별도로 채용하고서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한다. 당연히 노동기준감독관은 일반공무원과 다른 별도의 진급 과정을 밟는다.

한국의 고용노동부 격인 일본 후생노동성이 낸 ‘2021년도 국가공무원 노동기준감독관 채용시험 공고’를 보면, 수험생 자격은 만20~30세의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제한된다. 시험은 노동기준감독관A(법문계)와 노동기준감독관B(이공계)로 구분된다. 전자는 약195명, 후자는 약50명을 채용한다. 1차 시험은 공무원기초능력시험·전문시험(다지선택식)·전문시험(서술식)으로 나뉜다. 전문시험에는 노동법·취업구조·노동수급·노동시간·임금·노사관계 등이 공통으로 출제된다. 노동기준감독관B는 전문시험에서 수학·물리·화학·기계·위생·환경·토목·건축 등 이공계 문제를 풀어야 한다. 2차 시험은 인물시험(개별면접)과 신체검사로 치러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채용공고에서 노동기준감독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동자의 직업생활에서 생명과 건강을 지키며, 인간존중의 기본이념에 입각해 법정 노동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후생노동성 또는 전국 각지의 노동국·노동기준감독서에 근무하면서 노동기준법·노동안전위생법에 근거해 공장과 사업장 등을 출입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법이 정한 기준을 준수토록 하고 노동조건의 확보 및 향상, 그리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확보를 꾀한다. 불행히 노동재해를 당한 이에 대해서는 노동보상 업무를 행한다. 또한 노동기준법 등의 법률 위반 죄에 대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특별사법경찰직원 직무를 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임금체불과 잔업의 방지, 과로에 의한 건강장애방지 대책을 추진하는 데서 활약이 기대된다.”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 공무원 7천126명 중 26.6%인 1천896명이 근로감독관이다. 일본의 후생노동성 노동기준국이 발간한 ‘2019년 노동기준감독연보’에 따르면, 노동기준감독관은 전년 대비 22명 늘어난 3천13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종의 ‘노동경찰서’인 노동기준감독서(勞動基準監督署, 본서 321개소와 지서 4개소)에 배치돼 “노동기준 확보”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자수는 한국의 2배를 훨씬 넘는 6천만명에 달한다. 일본과 비교할 때 노동자 수 대비 근로감독관 수는 오히려 한국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임금체불은 한국이 일본의 16~17배에 달한다(이종수,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근로감독제도 개선방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21년 4월). 한국에서 근로감독 효과가 안 좋은 이유는 근로감독관들이 노사관계 개입과 노조동향 수집 등 노동부의 ‘시다바리’ 업무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동기준감독관들은 ‘노동기준 확보와 향상’, 그리고 ‘노동자 안전과 건강의 확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한국의 근로감독 문제는 감독관 증원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기존 법령과 제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이미 갖고 있는 인력과 자원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한국의 모든 노동 문제가 그러하듯,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