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기업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노동자들의 과로 논란 때부터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안전인식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쿠팡 노동자들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6회에 걸쳐 제시한다.<편집자>

백정엽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
백정엽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

올해 최저임금은 8천720원이다. 2022년에는 9천16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쿠팡물류센터 역시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한다.

그럼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일하고 받는 임금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 노동자는 포털사이트에 쿠팡물류센터 노동후기를 올리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7만3천200원을 받는다. 최저시급을 살짝 넘어서는 금액이고 노동강도에 비해 많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어쩌면 최저시급이 많은지 적은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에 비하면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는 터무니없이 적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쿠팡은 여전히 강도 높은 노동의 대가로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다.

시급이라고 해서 일용직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계약직과 무기계약직 역시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나 역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야간수당이라도 받기 위해 밤에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2시간 연장까지 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대부분 동료는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주간에 일하고 싶지만 급여가 너무 적어서 어쩔 수 없이 야간에 일하고 있고 거기에 강도 높은 노동을 생각한다면 너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어서 빨리 임금이 오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동료 중에는 물류센터가 쉬는 날에는 택배나 배달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만으론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장덕준님의 과로사가 인정되자, 쿠팡풀필먼트는 일용직 노동자가 5일 이상 연속해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지만, 시급도 오르지 않는데 일하는 일수만 줄어든 노동자에겐 마냥 기쁜 일은 아니다.

쿠팡물류센터의 임금 문제는 낮은 기본급만이 아니다. 낮은 기본급을 보완할 수 있는 달콤한 수당들이 노동자를 유혹한다. 우선 기본급도 센터별로 차이가 있다. 물량이 많은 센터의 기본급이 더 높다. 근무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어느 센터가 물량이 많고 노동강도가 세다는 걸 알지만, 시급이 높기 때문에 가게 된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일을 하면서 낮은 임금을 받는 센터 노동자들은 억울하다.

회사에 일이 많고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안정적으로 주는 게 상식이지만, 쿠팡의 경영방침은 그렇지 않다. 오래 일한 숙련노동자 임금은 그대로지만,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소개한 사람과 소개받은 사람에게 인센티브(성과급)를 준다. 단 새로 온 사람이 만근을 해야 한다. 8월 폭염시기에도 신규 계약직 사원에게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구직광고를 올렸다. 최근에는 추석 대목을 대비해 만근특별수당을 80여만원이나 주겠다고 안내했다. 단 연장근무를 거부하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쿠팡물류센터의 연장근무는 선택사항이지만, 특별수당을 주는 기간에는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쿠팡물류센터에는 UPH수당이 있었다. 시간당 업무량에 비례해 성과급을 주면서 노동자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노동강도를 높였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근무를 강제하는 각종 성과성 수당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꼼짝없이 쿠팡이 원하는 만큼의 노동을 하게 된다. 앞서 말한 대로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강도에 비해 낮다. 이 글을 읽는 누구나 물류센터에 와서 일주일만 일해 보면 알 것이다.

쿠팡은 임금인상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각종 인센티브와 수당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쿠팡도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이 노동강도에 비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임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게 아니라 일회성 인센티브 지급과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는 주식부여로 마치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려 행동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13일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쿠팡의 상반기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쿠팡INC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1% 늘었다고 공시했다. 쿠팡물류센터에 일하는 노동자로서 기쁘다. 내가 일하는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데 누가 기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말이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쿠팡 인천물류센터에서 야간에 일하는 노동자다. 나와 내 동료들이 밤낮으로 일하면 많은 국민이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다. 급한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기업이 좀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원한다. 쿠팡을 위해, 소비자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인정하고,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돌려줘야 한다. 지난 2분기 매출이 71%나 오르는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은 1원도 오르지 않았다.

쿠팡은 더 이상 선심성 수당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지 마라. 제대로 된 임금체계를 갖춰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닦아 주어야 한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을 때 노동자들의 업무효율은 높아진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생겨난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눈앞에 이익을 좇는 길과 노동자들과 상생하는 길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따라 쿠팡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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