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탄소국경조정 산업 대응 지원과 입법 과제 토론회. <정기훈 기자>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철강·석유화학·자동차업계가 한목소리로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자국 산업생태계 여건 정밀히 반영해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는 30일 오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변경의 산업계 영향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국회가 입법하려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설정한 목표에는 대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는 발제에서 “우리나라는 2030 NDC 상향 목표를 하고 있는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주요국의 자국의 산업생태계 여건을 정밀하게 반영해 탄소중립 목표와 NDC를 설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U가 탄소를 줄이기 위해 내놓는 정책은 자국 산업전환시기에 맞닿아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일례로 석탄과 화석연료가 주 투입제인 EU 제철부문의 경우 고로가 상당 부분 노후화돼 전기로 교체시기에 접어들었고, 때문에 지금이 탄소중립 기술을 강화할 최적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박호정 교수는 NDC 35% 이상을 이루기 위한 기술축적이 미비하다고 했다. 그는 “8~9년 뒤는 미래 기술이 아닌 현존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존 감축기술로 35%든, 40%든 감축 가능한지 영향분석이 먼저 이뤄지고, 정부가 구체적으로 기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속도조절과 정부지원” 요구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업계도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았다며 속도조절과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조경석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철강 업계는 단기적으로 석탄기반 제철공정의 효율화 기술을 개발하고 중장기로는 수소기반 제철공정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수단을 도입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은 2040년에야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철강업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지원을 요구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자원순환의 일환으로 폐플라스틱을 연료화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는데 수거와 선별이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양질의 플라스틱 원료 확보가 어렵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중심 수거나 선별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대부분 부품업체 등 중소기업들은 2030년 NDC 상향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전략 수립할 때 목표설정과 관련해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해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팀장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과제가 포함돼 2030년과 2050년 (탄소) 감축수단은 연속적이지 않다”며 “2030년 NDC 목표를 설정하면 법적구속력을 가지는 만큼 달성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탄소국경 장벽 높이는 국제사회

재계의 ‘앓는 소리’와 무관하게 탄소중립은 국가 간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탄소국경조정, 산업 대응 지원과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탄소국경세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국회기후변화포험과 국회미래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다.

문진영 연구위원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설문형태로 탄소국경세 도입에 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했다.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지역 당국, 기업계, 학계를 망라한 조사다. 이를 근거로 EU집행위원회는 올해 7월14일 탄소국경세 입법안을 제안한 상태다. 법안에는 탄소함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역내외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진영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측면에서 탄소국경조정 제도 도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산업의 저탄소 전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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