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소연 공공운수노조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직분회장

민간위탁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 8개월째에 접어든 정부민원안내콜센터(국민콜 110) 노동자들은 안타깝게도 민간위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우를 받으며 근무한다. 민간위탁 때는 없던 복지포인트 연간 40만원, 명절상여금 80만원, 유급병가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공무원과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같은 공무직 간에도 차별이 심각하다.

휴식시간 1분을 초과하면 감점되는 1점을 만회하려면 월 110콜을 추가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국민권익위원회는 추가 콜이 월 50콜 정도라고 바로잡는다. 차감되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담사가 매일·매달 받아야 하는 목표 콜수와 목표시간이 있는데도 휴식을 감시받고 통제받고 있다는 현실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는데, 이를 모르는 눈치다. 같은 공무직이라도 관리자는 감시와 통제를 하는 사람이며 휴식시간 초과 때문에 지적받을 일이 없다. 점심시간도 전산체크를 하지 않는다. ‘왜 같은 공무직인데 다르게 운영하느냐’는 질문에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같은 공무직이지만 직급을 내세워 상담사의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통제하고 감시한다. 이것을 과연 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콜 110의 정원은 228명, 현인원은 221명이다. 이 중 관리자만 54명이다. 그나마 선임상담사 27명이 전화를 받지만 상담사들의 목표량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그들만의 추가 업무가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환 전부터 적정인력 배치를 요구했기에 지금의 현장이 답답할 뿐이다. 적정 관리인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고 한다. 이제 와서 관리자 숫자를 줄이면 기획재정부에 지금까지 잘못된 업무를 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담사가 듣기에는 변명일 뿐이다. 전환 때 관리자 기준에 대해 국민콜 110의 상담경력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공정을 위해서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업무를 몰라도 다른 콜센터 관리 경력만 있으면 가능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관리자의 업무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상담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국민콜 110 상담사는 상담이력을 남기는 후처리, 대기해제 키를 사용하는데 기준시간이 넘으면 점수를 차감당했다. 최근 협의를 통해서 권익위는 흔쾌히 업무평가에서 차감항목을 제외했다. 그런데 팀장 성가평과의 팀 관리라는 명목으로 ‘상담사의 복무표 공유시간 준수’라는 항목을 만들어 상담사를 관리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너무 사용하지 않는 상담사는 사용하라고 독려하는데, 이유는 정해진 시간을 다 쉬며 응대하는 상담사와 그렇지 않은 상담사 간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서 팀장을 통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민원인들과 통화 중 정확한 내용을 찾아봐야 할 때가 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하는 코멘트와 함께 묵음버튼을 누르는데, 이를 보류버튼이라고 한다. 전문팀과 통합 콜을 안내하는 부서로 나뉘어 있어 팀마다 보류시간이 다르다. 권익위는 이 보류시간을 민간위탁 때부터 그랬다는 이유로 업무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다. 거의 차감이 없는 팀도 있지만 많게는 하루 39분을 차감하는 팀도 있다. 제대로 된 안내를 위해 보류버튼을 누르고 정신없이 자료를 찾고 있는데 이 시간은 통화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것을 검토해 달라고 했으나 권익위 담당자는 왜 문제가 되는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공무직은 공무원의 업무를 대신한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민간위탁 때보다 품질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권익위다. 채찍으로 때리고(점수 차감) 당근으로 달래서(등급수당)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키워지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환 후 1월부터 6월까지 성과평가 방안을 만들지 못해서 평가를 하지 않고 평균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자기의 몫을 회피하거나 업무를 허투루 하는 상담사는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상담사들을 얼마 되지 않는 성과급으로 경쟁구조를 만들려는 것은 안타깝다.

상담사가 자율과 책임감을 스스로 갖도록 해야 한다. 공무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경이 허락된다면 정부 대표 콜센터의 자긍심을 공무직도 가질 것이다. 통화품질은 그에 맞게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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