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

134킬로칼로리, 2.71~1.27배, 30킬로그램, 1.5(33%), 10명 중 7명, 3분의 1, 이주노동자, 98%….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 숫자와 단어들은 어떤 조합일까. 지난해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7~8개월간의 연구조사를 통해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 숫자와 단어들은 소위 이 보고서의 키워드라고 하겠다.

본층은 소위 건축물의 지상층 구간을 말하며, 연구의 핵심은 형틀목수 거푸집 작업 중 지상층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폼’(알루미늄 거푸집) 작업의 노동강도에 관한 것이다. 알폼은 철근 뼈대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기 위한 틀(거푸집)의 재료가 목재가 아닌 알루미늄이라는 뜻이다. 알폼 작업은 콘크리트 타설시 면이 곱고, 자재의 재사용률이 높아 특히 구조가 동일한 초초고층 건축물에 최적이며, 자재규격의 대형화로 작업속도를 높이는 등의 이유로 아파트·오피스텔·원룸 등 각 층의 구조가 동일한 거의 모든 신축건축물에 사용되는 작업방식이다.

문제는 해당 작업을 하는 건설노동자(소위 ‘알폼팀’)들의 작업환경을 철저히 무시하는 방식으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134킬로칼로리는 알폼노동자들이 1시간당 소모하는 칼로리양으로 완성차 제조업 노동자 평균의 2.71배, 지하층 형틀목수 평균의 1.27배에 해당된다.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다.

기존 목재 거푸집(유로폼)보다 규격이 대형화하면서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 알폼의 무게는 30킬로그램이나 된다. 이로 인해 평균 과로지수(적정 노동시간 대비 실제 노동시간)는 1.5를 기록했고, 10명 중 7명이 과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정 노동시간을 맞추려면 작업시간을 평균 33% 줄여야 하며, 최대 3분의 1로 작업량을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폼노동자 98%는 이주노동자로 구성돼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폭염이든 혹한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층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2019년 전문건설협회가 주관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주최했던 ‘건설현장에서의 합법적 외국인력 활용방안 마련 정책토론회’에서 1군 건설사(1~100위 건설사) 한 직원이 발제문에서 “건축현장 알폼 작업의 경우 내국인이 거의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지금까지 중국쪽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을 했는데, 이마저도 중국쪽 이주노동자들도 너무 힘들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쪽 이주노동자들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건설자본은 최대이익을 내려 짧은 공기 동안 쉴 시간도 없는 장시간 노동을, 고강도로 무거운 자재의 반복적 사용(받아치기)을 하도록 한다. 노동자는 급격한 과로를 하고 5년도 안 돼 온갖 골병을 얻는다. 평생 가족 생계를 위해 건설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정주 건설노동자(내국인)가 알폼 작업을 포기하는 이유다. 단기간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추방을 무릅쓰고 우리나라 건설현장으로 왔던 수많은 중국쪽 이주건설노동자들조차 이제는 도저히 알폼 작업은 못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더욱 열악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로 바뀌고 있다. 알폼 작업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노동인권을 침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거 때마다 최대이슈로 등장하며 정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아파트 가격 논란에는 떨어져서, 맞아서, 깔려서, 더위에 쓰러져 죽는, 5년도 안 돼 골병들어 만신창이가 되는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없다. 폭염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알폼 공정을 하루에 한 층 마무리해야 한다는 야만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공사기간 산정을 바꾸고, 특히 하루 한 층 작업으로 진행되는 알폼 공사기간을 바꿔야 한다.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사용하는 30킬로그램짜리 알폼 자재를 바꿔야 한다. 가장 힘들고 노동강도가 강한 소위 ‘알폼 받아치기’ 작업방식 변화와 인력 충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이주 건설노동자들에게 골병을 전가하는 야만행위를 중단하고, 정주(내국인) 건설노동자도 평생을 알폼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과 국회가 야만적인 알폼노동 변화를 위해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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