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할 때 고용과 노동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사전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노총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정책 제안을 담은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산업전환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을 세우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려고 마련한 보고서다.

증기기관 발명과 생산부문 기계화가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으로 사회 변화에 항의했다. 컨베이어 시스템이 도입되고, 컴퓨터 등을 통한 자동화 기술의 본격화는 단순작업을 반복하게 하는 저숙련 노동을 불러왔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고용이 줄 수도 있고 늘 수도 있고, 고숙련 일자리가 만들어지거나 혹은 저숙련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이 팽팽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문호 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장은 “그동안 기술과 노동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못했던 것은 기술이 사람을 위해 활용되지 않고 이윤추구 도구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기술활용 방식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지금까지 역사에서처럼 노동은 기술시스템에 하나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은 시범사업에 그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노동계가 추천한 인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민간위원 18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가 6명 참여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용이 보장되고, 창의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삶의 질을 높이고, 공정한 보상과 적절한 노동시간을 만들고, 친환경적인 일자리를 설계하기 위해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보고서 내용의 핵심이다. 대통령직속으로 디지털 전환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룰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노조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 사전영향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보고서에 담겼다.

이문호 소장은 “노동 배제적 디지털 전환은 사람이 아닌 이윤 중심으로 흘러가기 쉬우므로 그 과정에 노동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신기술 도입시 회사는 사전에 노조 또는 노사협의회에 전달하고 고용과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검토·합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소장 외에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이호창 노사발전재단 사업연구지원단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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