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현 평등노동자회 공동대표

우리 사회 노동기본권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산업재해는 만연하다.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노동법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의 저항은 정당하고 필요하다. 민주노총 10월 총파업은 하반기 정기국회와 내년 선거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어떻게 성사되는지는 향후 대정부·대자본 관계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간 민주노총 총파업은 여러 비판을 받아 왔다. 그 중 가장 뼈아픈 비판은 ‘뻥파업’이라는 것이다. 매번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지만 조합원들은 요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참여도 없는, 간부들만의 하루 집회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한편 현장에선 여러 노동자들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현안은 항상 많고 자본의 대응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의례적인 하루 집회로, 개별 사업장의 투쟁만으로 노동운동 내에 쌓인 관성과 패배감을 넘어서기 어렵다.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럴듯한’ 요구보다 ‘관철을 위한’ 요구가 필요하다. 정치적 목표보다 현실적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총파업에도 일종의 ‘효능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 보니 바뀌더라’는 인식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것이다. 그것이 현 시점에 가능한 위력적인 총파업의 길이라 판단한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우리 사회가 보장하는 노동조건의 최소 권리에서조차 배제돼 있다. 노동시간 제한과 해고 제한이 없고, 연차휴가도 없다. 휴업수당 없고, 초과·야간·휴일근무수당도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 직장내 괴롭힘 금지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이미 2019년 기준 500만명을 넘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현장, 구조조정이 늘 자행되는 현장, 최저임금이 무시되는 현장,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현장, 노동시간이 가장 긴 현장, 노동법을 아무리 바꿔도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현장이 바로 5명 미만 사업장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의 문제는 지금의 여러 노동현안을 관통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은 근거도 없고 헌법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제도다. 최근 제·개정되는 노동법령들이 모두 5명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권리찾기유니온’과 같은 노동사회진영의 투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취임 시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코로나19로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지금, 5명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를 걸고 총파업에 나선다면, 민주노총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총파업을 단일안건으로 하는 민주노총 73차 임시대의원대회가 23일에 열린다. 총파업의 핵심 쟁취목표로 ‘모든 노동법 내 5명 미만 사업장 제외조항 전면폐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5명 미만 사업장 문제를 노동 분야 최대 화두로 만들고, 모든 대선후보들이 5명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를 공약으로 수용토록 만들자는 것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핵심 쟁취목표는 다를 수 있다. 그것을 꺼내 놓고 토론하며 합의하는 과정은 총파업 성패를 좌우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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