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사회보험과 병행해 월 30만원 전 국민 기본소득, 2033년부터는 월 91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월 30만원은 재정적 실현가능성과 국민적 수용성을 감안한 금액이고, 월 91만원은 올해 기준 중위소득 50% 수준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17일 오전 ‘한국사회전환 :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을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된 기본소득 연구 학계·활동가 단체로 2009년부터 활동했다.

토지·소득·탄소세 신설로 재원 확충

네트워크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서서히 줄이다가 기본소득과 통합하는 방식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로드맵대로라면 초기에는 현행 사회보장 제도보다 불리하지 않게 부분적인 기본소득을 수급한다. 2023년에는 공공부조인 생계급여에 기본소득 30만원이 더해져 받게 된다. 서서히 생계급여 수준을 줄이고 기본소득 수준을 높여 2033년부터 91만원에 맞춰진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에는 186조6천억원, 2033년에는 565조7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는 비례세율의 토지보유세·시민소득세·탄소세를 신설하고, 세제 개혁안과 복지지출 조정, ‘공유기금’과 화폐개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재원 로드맵을 발표한 윤형중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기본소득은 공유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반영해 재원 방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공유부란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따질 수 없고 어떤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는 수익을 뜻한다. 토지나 공기, 축적된 지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에 0.5%세율의 토지보유세로 28조9천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지난해 기준 민간보유 토지가치 약 7천조원에 0.5% 비례세율을 곱하고, 여기에 2019년 기준 재산세 수입 중 토지분 6조1천억원을 뺐다. 시민소득세 5%로는 79조5천억원을 확보한다고 봤다. 지난해 기준 1천500조 가계소득에 경제성장률 매년 2%를 가정하고 여기 5%를 곱한 수치다. 탄소세로는 27조6천억원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아동수당의 기본소득 통합과 기초연금 10%를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복지제도 재편으로 10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역진적인 공제제도나 도입 목적이 달성된 인적공제·근로소득공제·근로소득세액공제·신용카드 소득공제·자녀세액공제·보험료세액공제를 폐지해 46조8천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럴 경우 2023년에 확보 가능한 재원은 192조8천억원으로 필요 재원 186조6천억원을 넘는다.

2033년에는 토지보유세 세율을 1%로 올리고, 시민소득세 세율을 10%로 올린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민간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절반을 지분으로 받아 조성한 ‘공유기금’이 수익을 내고, 국가가 발행한 법정화폐가 유통화폐 역할을 하는 화폐개혁을 통해 정부가 얻는 발행이익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에 포함하면 기본소득 재원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대안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로드맵 통해 기본소득 논의 확장하자”

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로드맵을 통해 논의를 확장시킬 것을 호소했다.

이날 발표회를 주재한 안효상 기본소득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기본소득 논의가 뜨거운 이유는 대선후보 중 유력 후보가 기본소득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포괄적 기본소득 정책안을 제출할 때”라고 강조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본소득은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로드맵을 기준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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