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동준 안전보건공단노조 위원장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과 함께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7월 말부터 9월까지 격주로 대대적인 현장 불시 일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 등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현장점검이 산재를 실제로 줄일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사고사망 절반 줄이기 정책에도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재해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현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제점검이 증가하고 있는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이미 공단은 2019년 하반기부터 기존 산재예방 사업을 대폭 변경해 패트롤 점검이라는 사업을 현재까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사망 감소에 이 사업이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공단 소속이지만 그간 이러한 성과분석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은 없다. 패트롤 사업은 2019년 하반기 당시 전년대비 사고사망자수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을 때 시작했다. 기존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전사적으로 직원들을 투입했다. 중소형 건설현장에 1일 4개소 이상의 목표물량을 정했다. 사업장 1개소의 평균 체류시간이 30분도 채 안 되는 단편일률적인 예방사업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상당한 의구심을 유발했다.

당시 2019년은 전년동기대비 사고사망자수가 116명(사망승인일 기준)으로 줄어 이 사업의 효과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 건설업 사고사망자수는 57명이 감소했으나 실제 사고사망만인율은 1.65에서 1.72로 오히려 증가했다. 116명 감소를 건설업에 집중한 패트롤 사업의 효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 사업의 실행 전후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고자 한다면 몇 년 전 사고까지 포함하고 있는 사망승인일이 아니라 당해연도 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고발생일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사고발생일 기준으로 건설업 사고사망자(총 437명)는 상반기에 209명(47.8%), 하반기에는 228명(51.2%)이 발생했다. 즉,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건설업 패트롤 사업을 수행한 후 건설현장의 사고사망자수는 더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건설업의 경우 전년대비 사고사망자는 30명이 더 늘었다. 올해 상반기 현재까지도 사고사망자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전공과 직렬중심의 산재예방 전문기관임에도 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비전공자들까지도 마구잡이로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되레 현장에서는 공단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뚜렷한 감소세가 없는 지금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일단 무조건 해보자는 식으로, 마치 누군가 축구장에서 공을 ‘뻥’ 차고 나면 자리(포지션)를 지키지 않고 모든 선수가 공수 구분 없이 공을 쫓아가는 형국이다. 안전보건공단은 그간 다양한 예방사업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 분야의 전문기관으로서 분야별 산업특성을 고려해 제조·건설업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종 산재예방까지 담당했다. 추락사고뿐 아니라 화재폭발사고 예방에도 힘썼고, 안전문화 및 교육지원 분야 등과 같이 종합적인 예방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물량사업은 산재예방전문 공공기관의 존재가치를 무색케 하고 있다.

효율적인 산재예방 정책수립과 예방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발생통계 자료수집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생통계의 근간이 되는 산업재해조사표(사고발생시 사업주 제출)를 사업장에서 직접 작성하다 보니 복잡한 사고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제시가 어렵다.

산업현장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산재예방은 단시간에 그 효과가 드러나기 어려운 영역이다.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법칙과 이론’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한 예방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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