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목적 공공병원에 적용하는 총액인건비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보건복지부에서 야간간호료·야간전담간호사 관리료를 책정했는데도 돈을 못 주고 있어요. 근로복지공단이 준정부기관이라서 총액인건비제도에 걸리는 거죠. 주변 대학병원에 비해 야근수당도 낮은데, 책정된 간호료마저 못 주니 간호사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어요.”

신선미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도 하며 애써 왔지만 인력부족 문제까지 겹쳐 간호사의 노동조건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며 “대우는 받지 못하고 역할만 강요받아 교대근무·야간근무자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산업재해·암·방사선의학·혈액 등 특수한 분야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희생만 강요당하는 현실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정부는 공공병원에 적용하는 총액인건비제도를 개선하고 예산·인력 지원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국립암센터 등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이들 공공병원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협력병원으로 지정돼 업무가 증가한 상황이다.

특수목적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총액인건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준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 적용하는 예산편성지침으로 총액인건비를 제한받아 인력충원이 되지 않고, 야간간호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입원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근무할 경우 야근수당과 별도로 야간간호료를 수가로 산정해 지급한다. 하지만 이 역시 총액인건비에 합산되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예산을 책정해도 지급되지 않기 일쑤다.

신 지부장은 “물리치료·간호사·영양사 등 전국 공단 병원에 정규직화하지 못한 인력도 299명이나 있다”며 “고용안정은 됐지만 승진을 하지 못하는 무기계약직도 총액인건비 제도에 막혀 정규직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성일 노조 국립암센터지부장은 “국립암센터는 코로나19 협력·전담병원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낮은 암환자들이 감염될 것을 우려해 음압병실을 만들고 긴장한 상태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며 “총액인건비 제도에 가로막혀 항암제 취급부서·안전시설관리부서에서 일하는 위험업무 종사자에게 위험수당조차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수목적 공공병원에 대한 인력확충·예산확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달 17일 집단 쟁의조정을 신청할 것”이라며 “다음달 2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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