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반택시사업장 임금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11조의2(감차계획의 수립 및 시행 등) 시행일을 공포해야 한다. 부산지역 택시노동자 명재형은 지난 6월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정문 앞 망루에 스스로 몸을 가두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미 국회에서 제정된 ‘일반택시사업장 임금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택시발전법 11조의2’를 지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5일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61일째를 맞는다. 최근 망루 위는 체감온도가 섭씨 40도를 넘고 있다. 결국 탈수증세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해 응급의료진이 올라가 진료와 응급처치를 했지만 당사자는 “택시발전법 11조의2가 시행되지 않으면 죽더라도 내려가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비인도적 처신으로 대응하고 있다. 책임 있는 담당 공무원이 대화요구마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왜 택시노동자는 이러한 극단적 투쟁을 시작했을까. 2019년 8월2일 또 다른 택시노동자가 510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통해 국회에서는 두 가지의 법이 제·개정된다. 첫째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21조1항과 26조2항, 그리고 둘째는 택시발전법 11조의2다.

여객자동차법은 그간 택시문제(불친절·난폭운전·승차거부)의 근원인 사납금제를 불법으로 규정해 노동시간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택시월급제를 도입한 법이다. 이 법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전국적(군 단위 제외)으로 시행돼 마침내 택시월급제가 시행된 지 18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두 번째로 택시발전법은 ‘택시월급제는 시행됐는데 얼마짜리 월급제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법령이다. 즉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강행규정인 것이다. 그런데 택시발전법 시행일이 ‘공포일부터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이라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일반택시 현장의 임금지급 기초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58조에 해당해 간주근로시간을 정하는데 이것이 월 임금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여객자동차법에 의해 택시월급제가 시행되자 전국적으로 택시 사업주와 회사노조는 임금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일 2.5시간·일 3.5시간으로 정해 월 60만~90만원만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택시노동자는 망루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월 90만원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에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택시발전법을 시행해 달라고, 주 40시간 상당의 최저임금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폭염 속에 피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인내하며 외치고 있다.

사업주와 공모해 처벌기관인 지방정부 묵인하에 불법이 돼 버린 승차거부·난폭운전·불친절의 대명사 사납금제로 적당히 타협하면 된다. 전국 대부분 택시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때문에 이처럼 불법·탈법으로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목숨을 내던진 택시노동자가 50여명이다. 결코 택시월급제를 포기하고 또다시 불법·탈법 사납금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 피해는 결국 이용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코로나19라는 전 국가적 전염병 재난상황에서 택시사업주가 망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리고 택시발전법 시행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불법적으로 사납금제로 회귀하는 업체를 처벌하지 않고 비호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택시업계가 힘들다고 하지만 4차 산업이라는 명분의 구조조정으로 사업주 매출과 이익은 증가했다. 이는 지역별로 택시 통합운송기록장치만 확인해도 드러날 것인데 이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사납금·기준금만 인상돼 택시사업주의 이익은 배가 터지도록 극대화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시민과 택시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망치만 두드리면 택시 병폐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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