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가보안시설에서 근무하던 한 특수경비 노동자 A씨가 근무장소에서 열 걸음 떨어진 컨테이너 휴식을 취하다 회사 관계자에게 적발돼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관리자가 CCTV를 되감기해 근무지 이탈 여부를 확인하고는 징계를 내린 것인데 징계자는 CCTV 촬영에 대한 고지도 받지 못해 논란이 됐다.

직장 안 디지털 전자기술 도입이 일상이 됐다. 그런데 직장 안 노동자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5일 진보네트워크가 발간한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 감시나 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전자기술을 고지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노동자는 자신의 직장과 근무현장에서 수집되는 개인정보를 알지 못했다.

“노동자 3명 중 1명
개인정보 처리 고지 못 받아”

진보네트워크가 노동자 1천1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회사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범위 및 처리 목적에 대한 고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36.2%(426명)였다. “모르겠다”(32.4%)와 “고지받은 적 있다”(31.4%)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는 지난 5월12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형태의 전자기술은 노동현장에 스며들어 있었다. 직장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자기술 11가지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CCTV(59.4%)였다. 웹사이트 접속이나 메일사용 체킹과 같은 인터넷을 이용 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도 57%로 높았다. 응답자는 적었지만 16.3%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도 이뤄진다고 답했다. GPS·스마트기기·네비게이션을 통한 위치 추적·점검이 직장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응답한 이도 15%였다. 전자기술 11가지 회사 안 사용여부를 묻는데 “모르겠다”는 응답이 20%를 상회한 경우가 많았는데 정황상 각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음을 확신하기 어려워 이 같은 응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노무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는지” 여부를 묻자 “모르겠다”(41.4%)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이뤄지고 있다”(12.7%)는 응답이 나왔다.

전자기술 도입으로 “직장 내에서 사적인 업무를 하는데 눈치가 보인다”(30.8%)거나 “업무량 증가”(18.4%), “회사나 상사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힘들어졌다”(14.4%), “화장실 이용이나 휴식 등 근무시간 통제가 강화됐다”(11.6%)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전자기술을 활용해 인사상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2%(중복음답 포함)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데 디지털 전자기술이 활용된 적 있다는 응답도 11.2%였다.

“근로자참여법도 안 지켜져
노동자 감시 막으려면 법 개정해야”

사업장 안 노동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디지털 전자기기 설치·운영 전에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와 사전에 협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체로 10% 내외였다”며 “이것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30명 미만 근로자 사용 사업장을 제외한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사업장 안 노동자 감시 설비를 설치할 경우 노사협의회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근로자참여법 개정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정보주체의 동의만 받으면 사용자가 광범위한 정보를 통한 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보고서는 “정보주체인 노동자의 지위가 개인정보처리자인 사용자보다 열위에 있기 때문에 노동자 동의는 진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 동의는 절차적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에 노동관계에 관한 별도의 장을 두는 것”을 제안했다. 노동관계 특례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업장 안 노동자 감시설비의 설치 관련 규정이 이미 존재하는 근로자참여법 개정이 다른 법안을 개정하는 것보다 저항이 적을 수 있다”며 “감시설비의 설치를 협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의결사항으로 해 노동자의 집단적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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