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21. 6. 25. 선고 2019가합586061 판결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원고)가 갱신기대권을 주장했는데, 근로자가 재직한 사업장(피고)이 5명 미만 사업장이었던 바, ①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법리를 고려하는 갱신기대권 법리상 5명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던 이 사건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되는지,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된다면 이 사건 근로자에게 ②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③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이 가운데 지면관계상 ② 및 ③의 쟁점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제외하고, ①의 쟁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피고는 전문자격 취득자에 관한 실정법에 기초해 설립돼 해당 전문자격 취득자와 관련한 윤리를 확립하고 건전한 직업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다. 해당 법에서는 피고의 업무를 ① (직업)윤리의 확립을 위한 법령·제도 및 정책에 관한 협의 ② (직업)윤리 실태의 분석과 (직업)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대책 ③ (직업)윤리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자에 대한 징계개시의 신청 또는 수사 의뢰 ④ 그 밖에 (직업)윤리의 확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협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법으로 규정된 직위를 가진 자들이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위원들로 구성이 되며, 역시 법으로 규정된 직위를 가진 자가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위원 중에서 재적위원 과반수 동의로 선출된 자가 위원장이 되고, 피고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간사 3명과 사무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현재 피고는 법에 따라 임명되는 위원장을 대표로 해, 사무총장, 사무국, 윤리1·2·3과로 조직돼 있다. 원고는 사무국장 겸 상근관리관으로 1년간의 기간을 정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이 기간제 근로계약이 1회 갱신된 후 해당 기간이 만료됨과 함께 피고는 원고에게 재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전달하고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집행부와의 임기 일치’라는 이유를 들었고, 향후 ‘근태불량(무단지각), 조사업무 거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 등을 갱신거절의 사유로 제시했다.

한편 ① 피고의 인사규정에서는 근무성적이 우수한 계약직 직원은 일반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② 원고와 같은 직책에 있었던 전임 사무국장 내지 직원들의 경우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었다.

3. 주장과 법원의 판단

기간제 근로계약과 관련해 판례가 정립한 이론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이 거절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논리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는 부당해고의 법리는 근로기준법 23조1항에 기초한 것이라는 것, 따라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만 이 법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상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피고 사업장에서는 갱신기대권의 논리가 활용될 수 없다고 주장을 했다. 갱신기대권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명문화된 권리는 아니고, 부당한 갱신거절의 효과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판례의 논리에 입각해,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에 기초해 위와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원은 두 가지 측면에서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첫째, 갱신기대권은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므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설사 갱신기대권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법적 지위는 근로기준법 12조(적용 범위)의 “국가, 특별시·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피고는 상시근로자수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4. 평가

첫 번째 점과 관련해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상 법정된 권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갱신기대권에 관한 판례의 경향은 갱신기대권에 대한 인정과 함께 갱신이 거절될 수 있는 합리적 이유를 발견해 나가고 있다. 갱신기대권 자체를 통해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이라는 결과가 확인되는 권리가 아니라, 갱신기대권을 갖는 기간제 근로자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청약을 하고 그 청약을 거절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승낙의 의무가 있다는 논리로 정립된 것이다. 사용자가 갱신기대권이 있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청약을 승낙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이 종료되고, 이것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용자의 승낙 거부권 행사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와 같은 정도의 합리적인 이유를 요구하게 된다. 이와 같이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구조에 따라 갱신기대권 논리를 발전시켜 온 판례의 갱신기대권론은 실정법 규정에 근거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대단히 섬세하면서도 유약(vulnerability)한 것이기는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갱신기대권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견해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갱신기대권이 법적 권리가 아니어서 기간제법이나 근로기준법 적용범위와 상관없이 성립할 수 있다는 유연(flexibility)을 발견할 수 있었던 듯하다.

두 번째 점과 관련해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12조에 기초해 피고 사업장은 규모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근기법 12조는 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11조 다음에 위치하면서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대통령령은 국가, 특별시·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기간제법 3조1항은 근로기준법 12조와 같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함을 원칙으로 하면서, 3조3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에 대하여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와 관계없이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기준이 각각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근로기준법 12조가 기간제법 3조3항과 같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의 경우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와 관계없이 이 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또한 기간제법 3조3항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근로기준법 12조와 같이 국가 등에 “준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12조와 기간제법 3조3항을 병합해 이 사건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법원의 법 조문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해석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 12조와 기간제법 3조3항의 명문상 규정은 분명히 다르고,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은 그 제정 목적도 달리하기 때문에 법원이 어떤 이유에서 근로기준법 12조와 기간제법 3조32항을 합친 형태로 피고의 지위를 판단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법원은 첫 번째 판단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갱신기대권 성립에 대한 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 판결이 4명 이하 사업장에서도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위 두 번째 지점에서의 의문과 함께 한 가지 더 의문이 있기는 하다. 이 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게 존속”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피고에게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근로계약기간 중 받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곧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갱신’기대권이므로, 법원이 말했듯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서, 1년제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되면 다시 1년제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된다. 다만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이 사건의 원고는 기간제법 4조1항 단서에 따라 2년의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자다. ‘갱신’이 곧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 당연히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후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전제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원고의 임금청구권이 무효인 갱신거절로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되고 난 후 1년의 범위로 제한되는지 여부를 다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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