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석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

올 3월 초, 참여연대와 민변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 청구’로 시작된 LH 발 부동산 투기 의혹 이후, 그 파장은 사회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지난 3월29일, 국무총리실에서는 LH 기능 조정·축소, 민간·타기관 이양 계획 등을 발표했으며, 국토교통부는 6월27일 ‘LH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가권익위원회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소속 국회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고했으나, 탈당 거부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에는 ‘관세평가분류원의 세종특별자치시 특별공급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국세청이 국회의 특별공급 현황자료 제출요구를 지연하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 투기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짐작하건대 모든 국민에게도 해당되는 중대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단순히 비리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공급 부족과 부동산 투기 과열, 그리고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간에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법과 기준을 위반한 경우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익감사 청구 이후 경영진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LH 노․사는 국민적 분노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LH 혁신안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 주거안정’과 ‘투기 근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직 해체와 분리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는 무관한 직무급제 도입, 복지 축소 등 무고한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LH 혁신안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실패의 책임을 LH에 전가하는 졸속적이고 징벌적인 개악안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커지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100% 순수한 공정은 없을지라도 공정이라는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공정은 말 그대로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즉, 공정은 법과 원칙 아래에서 모두가 동일한 처우를 받는 것이다. LH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1만명 중 현재까지 위법행위가 발견돼 구속된 사람은 단 4명에 불과하다. 이 4명으로 인해 LH 전 직원의 20%인 2천여명이 구조조정되고, 조직이 분리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러한 개혁안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공정의 잣대가 모든 정당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조직에 적용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과 LH 직원들도 이를 수긍할 것이다. 특히 LH 혁신안에 포함한 직무급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던 사항이다. 공공기관위에는 한국노총 3개 조직, 정부부처(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와 공익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8일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임금제도의 도입을 위해 직무중심 임금(보수)체계 개편은 획일적·일방적 방식이 아닌 각 기관별 특성을 반영해 공공기관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LH 사태를 빌미삼아 직무급제 도입을 강요하는 정부의 행태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불공정한 처사다.

더욱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 방지를 명목으로, 전체 공직자 130만명에게 재산등록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대상인 직계존비속을 포함하면 약 500만명을 대상으로 재산등록을 강제하려 하고 있다. 이 ‘재산등록·공개·심사제도’는 헌법 17조에 의거, 의무 부담자가 향유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제한해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해당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서는 안 된다. 과잉금지 원칙 중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목적의 정당성을 제외한 나머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매우 부적절하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조·연맹 7개 조직은 7만5천 공공노동자들의 반대 입장이 담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철회 촉구 서명부를 더불어민주당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향후 입법 절차가 진행된다면 강력한 저지투쟁과 함께 정치적 행동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공정의 반대말은 ‘불공정’과 ‘편견’(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이번 LH 부동산 투기의혹 사태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분명 공정에 반(反)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은 LH 혁신이 ‘제대로 된 공정’인지 지켜보고 있다. 만일 이번 부동산 투기방지 대책이 ‘내로남불’로 불공정하게 끝을 맺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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