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교수와 학자를 비롯한 781명이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특별사면·가석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공정과 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이유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18일 “13명의 발기인은 뜻을 같이하는 768명의 서명자들과 함께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가석방 반대 선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공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다. 2019년 10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아무런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781명의 지식인이 성명에서 ‘이 전 부회장’이라고 지칭한 까닭이다.

이들은 선언에서 “헌법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유독 재벌 총수는 그동안 법 위에 군림하며 특별대우를 누려 왔다”며 “대한민국에는 사실상의 사회적 특수계급이 아직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인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등 재벌 봐주기가 반복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들은 “이 전 부회장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주 법치국가의 가치를 짓밟고, 매수해서는 안 되는 공직을 매수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회삿돈을 사리사욕 충족을 위해 빼돌리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이득을 부당하게 사취한 범죄자”라며 “마땅히 그 죄의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과 재계에서 경제상황 등을 이유로 사면·가석방을 주장하는 것도 반박했다. 주식회사 제도에서 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고, 이 전 부회장 자신도 미래전략실을 폐지해 총수에 의해 회사가 운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세운다는 촛불정부의 약속을 저버리고 이 전 부회장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언은 이달 초 몇몇 학자들이 사면 반대의견을 밝히기로 합의, 14일 명단을 확정한 발기인들을 중심으로 서명작업을 진행해 탄생했다. 교수·연구원·시민단체 종사자·일반시민이 두루 선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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