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나이키.”

부산에 있는 합성원단·피혁 등 섬유소재 전문 제조업체 ㈜정산인터내셔널 회사 앞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문구다. 이 회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5일 정산인터내셔널 노사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공장 해외이전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옛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을 태광실업이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정산’은 태광실업 창업주 박연차 전 회장의 ‘아호’다. 스포츠업체 나이키에 생산물량 60~70%를 납품한다. 사무직과 생산직 노동자 450명가량이 일한다.

회사는 베트남 현지공장 확대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려 부산공장 사업부 2개 중 1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떠이닌성에 1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더 확장할 계획이다. 노사가 체결한 고용안정협약 시한이 올해 말 만료하면 매각 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후 남은 1개 사업부의 운명도 밝지는 않다. 회사는 남은 사업부마저도 외주화·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다.

섬유·유통노련 정산인터내셔널노조(위원장 정봉주)에 따르면 매각 추진 중인 사업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100여명이다. 회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최근 노조에 전달했다. 아웃소싱 대상인 사업부 소속 노동자 250명도 곧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회사가 국내 생산을 접고 생산물량 전량을 국외로 이전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봉주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최근 1~2년 적자경영이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줄곧 흑자를 내는 건실한 회사”라며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기가 지나가면 국내 공장에서도 이윤이 예상되지만, 회사는 더 큰 이윤을 좇아 베트남으로 떠나려 한다”며 “최대 거래처인 나이키에도 구조조정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도 이 같은 노조 주장을 반박하지는 않았다. 정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해 발생하는 상황이고 베트남 인건비는 국내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며 “회사 경영이 심각한 상황인데 다른 돌파구는 보이지 않아 그런 생각(공장 이전)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실정은 아니고, 중장기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공장이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합의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연맹 관계자는 “한국노총을 통해 미국노총과 나이키 본사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