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공단 이사장의 단식농성을 계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사자인 고객센터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회에 걸쳐 관련 쟁점과 해법을 짚어 본다.<편집자>

옥철호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책국장
옥철호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책국장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금융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양산된 비정규직이라는 기형적인 고용형태가 계급처럼 굳어져 버린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정책이다. 약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정권이 탄생한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권 초반에 발생한 이른바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끝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용두사미’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원래 공단에서 수행하던 전화상담 업무를 2006년부터 고객센터 업무로 분리해 서울 3개 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12개 센터에서 1천60여가지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확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업무는 ‘전화’라는 매체를 통해 수행되는 공단의 고유 업무로 애초에 민간위탁의 이유로 제기됐던 ‘효율성’이라든지 ‘민간업체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와 상호 연계된 업무는 고객센터에서 1차 처리 후 지사에 이관해야 하는 업무다. 고객센터의 1차 역할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분석과 판단을 하고 국민(고객)에게 필요서류를 안내한 후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과 근거를 모두 정리해 담당 지사의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센터와 지사의 유기적인 협조하에 이뤄져야 하는 업무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하도급 업체를 평가할 때 첫 콜 응대율에 높은 비중을 부여해 사실상 지사와의 유기적인 협업을 방해하고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기업으로서의 본질적 기능인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다.

또한 민간위탁업체들은 전문성이 없는 인력관리 회사들로 업무 수행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지시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시설이나 장비들도 모두 공단에서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위탁업체들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관리 방식을 동원해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응대 건수만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의 인격 침해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민간위탁업체들은 대부분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업체들로 건강보험공단과의 계약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자율경쟁으로 인한 효율성이 발생하기 어렵다.

비대한 공공부문의 업무 중에 공공성이 낮은 업무를 민간의 관리기법을 동원해 경제적 효율성을 기대하는 것이 민간위탁이라면 실제 업무의 공공성이 높고 시행 결과 경제적 효율성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경우 민간위탁 이후에라도 재공영화가 이뤄져야 한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와 상담사 직접고용은 4대 보험 고객센터 정규직 전환의 완료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공정’을 핑계로 무한한 경쟁만을 정당화하는 편협한 자본적 시각에서 벗어나 약자인 노동자의 연대와 단합이라는 가치를 다시 내세울 수 있는 계기로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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