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노회찬재단에서 ‘노회찬의 삶과 꿈’ 행사가 열렸다.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이 <음식천국 노회찬>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이 이인우 작가. <노회찬재단>

“노회찬 의원이 자주 방문한 27곳의 음식점을 다룹니다. 안 다룬 곳이 훨씬 더 많습니다. 책이 곧 3쇄를 찍게 됩니다. 2탄, 3탄 하고 싶습니다, 하하.”

<음식천국 노회찬> 저자 이인우 작가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노회찬재단에서 열린 노회찬재단 방문의 날 - ‘노회찬의 삶과 꿈’ 행사에서 한 말이다.

<음식천국 노회찬>은 미식가였던 노 의원의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과거 노 의원과 맛집에 함께 들락거린 지인들과 맛집을 방문하며 그와의 추억을 회고하고 있다. 노 의원의 맛집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일대기가 그려진다.

이날 행사에서 이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취재하며 알게 된 노 의원의 일대기를 행사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행사는 대면으로 기획됐지만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수도권 새로운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국회의원선거 1인2표 이끌어 내
진보정당을 최초 원내정당으로

이 작가는 노 의원을 대중연설가와 전략가·조직가로 정의했다. “50년 된 삼겹살 불판을 갈아야 한다” “6411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나”라는 노 의원의 촌철살인과 연설은 유명하다. 이외에도 그가 진보정당을 원내로 들여놓기까지 드러난 전략가적인 면모를 부각한 것이다.

이 작가는 노 의원이 2000년 2월 공직선거법 위헌소송을 시작으로 2004년 민주노동당 의원 10석을 얻어낸 사실을 이야기한다. 2000년 당시 공직선거법은 후보에 대한 투표를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 투표로 해석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다. 노 의원의 위헌소송에 헌법재판소는 2001년 관련 규정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역구 의원투표와 정당투표가 분리돼 1인2표를 행사하게 됐다.

2002년 대선 때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TV토론회에 내보내기 위해 거대 여야(당시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만의 TV 토론회 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방송사들이 다자 토론회를 열었다.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는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어록을 남겼고, 민주노동당은 당을 알렸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얻어 원내정당이 됐다. 이 작가는 “이는 10선을 노리던 김종필 의원을 떨어뜨려 구정치를 강제퇴진시킨 한국 정치사에 남을 일이고, 그것을 노회찬 의원이 이끌었다”고 말했다.

“계승자 안 보여, 그의 빈자리 메우자”

이 작가는 노 의원의 공은 한국 정치의 영역을 진보로까지 뻗친 데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진보정당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며 “진보정당의 국회 진출이 저절로 왔다, 때가 되니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 의원이 나서서 그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 의원이 타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의 계승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 작가는 책에서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6석을 얻고 새로운 얼굴들도 선보였지만 노회찬의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나 정책·비전을 이어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유지가 계승된다는 느낌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노 의원의 빈자리를 메워 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회찬재단은 12일부터 25일까지를 노 의원 3주기 추모 주간으로 선정하고 각종 온라인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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